노년과 죽음1 김훈 산문 《허송세월》 김훈 산문 《허송세월》나남 2024 핸드폰에 부고訃告가 찍히면 죽음은 배달상품처럼 눈앞에 와 있다. 액정화면 속에서 죽음은 몇 줄의 정보로 변해 있다. 무한공간을 날아온 이 정보는 발신과 수신 사이에 시차가 없다. 액정화면 속에서 죽음은 사물화되어 있고 사물화된 만큼 허구로 느껴지지만 죽음은 확실히 배달되어 있고, 조위금을 기다린다는 은행계좌도 찍혀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의 관성적 질감은 희미한데, 죽은 뒤의 시간의 낯섦은 경험되지 않았어도 뚜렷하다. 이 낯선 시간이 평안하기를 바라지만, 평안이나 불안 같은 심정적 세계를 일체 떠난 적막이라면 더욱 좋을 터이다. '늙기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시작되는 '산문'이다. 액정화면 속의 정보로 배달된 죽음에 대한 표현에 대해서는 나이가.. 2024. 11.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