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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광덕과 엄장2

사문 광덕廣德과 엄장嚴莊 광덕과 엄장 광덕이 서방 극락으로 가다 문무왕 때 사문 광덕廣德과 엄장嚴莊이란 이가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친하여 밤낮으로 약속했다. "먼저 서방 극락으로 가는 이는 마땅히 서로 알리세." 광덕은 분황 서리西里에 숨어 살면서 신 삼는 것은 직업으로 하여 처자를 데리고 살았으며, 엄장은 남악南岳에 암자를 짓고 살았는데 숲의 나무를 베어 불살라 경작했다. 어느 날 해 그림자는 붉은빛을 띠고 솔 그늘이 고요히 저물었는데, 창 밖에서 소리가 나면서 알렸다. "나는 이미 서쪽으로 가니 그대는 잘 있다가 속히 나를 따라오게." 엄장이 문을 열고 나가서 보니, 구름 밖에서 하늘의 음악소리가 들리고 광명이 땅까지 뻗쳐 있었다. 이튿날 엄장은 광덕이 살던 곳을 찾아가 보니 광덕이 과연 죽어 있었다. 이에 그의 아내와 .. 2022. 3. 13.
인간 엄장의 길 이 글을 필사하던 저녁이 있었습니다. 극락에 가고 싶은 것일까요? 아니요! 나는 일쑤 내 거처로 들어온 개미 두어 마리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손끝으로 눌러 죽입니다. 그것들에게 영혼이 있을까요? 그럴 것 같질 않네요. 그럼 내 영혼도 없음을 확신하고 끝나는 날 저녁 누가 내려다보고 있어도 좋고 사라져도 좋다고 하면 사라지는 쪽을 택할 것입니다. 그럼 왜 이런 작업을? 온갖 상념을 불러오는 이런 이야기가 좋았을 뿐입니다. 엄장과 광덕,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면 나는 서방 극락 세계로 간 광덕이 아니라 광덕의 아내로부터 꾸지람을 들은 엄장입니다. 나는 인간 엄장을 생각하며 이 글을 필사했습니다. 인간의 길은 끝이 없음을 확인하며 가는 봄날 밤입니다. 광덕이 서방 극락으로 가다 문무왕 때 사문 광덕廣德과 .. 2021.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