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적 지우기1 오한기(단편소설) 〈25〉 오한기(단편소설) 〈25〉 『현대문학』 2019년 6월호 내가 나 자신이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에둘러 말할 것도 없이 혹독한 배신을 당했을 경우입니다. 그 순간에는 내가 나 자신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동안 그 생각만 했습니다. 그걸 잊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이렇게 아픈 채 살아갑니다. 다른 이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경우 돈이 들어간다는 기사도 보았지만 말 못 할 사정은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내가 나 자신이 아니었으면 싶다는 순간을 어찌할 수는 없어서 그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어떤 .. 2019. 7.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