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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6

나의 독자 "따뜻한" 따뜻한 2022.07.04 21:06 얼마 만에 온 걸까요. 십 년도 넘었나 봅니다. 그 시절의 제 목소리는 제법 날이 서 있고, 결기도 느껴집니다. 젊은 제가 나이 든 제게 힘을 주었습니다. 그 힘으로 오늘 1학기 말 교육과정 평가회 3회 차 중에서 첫 날을 이끌었습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그 시절 그 생각을 지금까지 이어가는 셈입니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생각하고 있는 줄도 몰랐던 제 생각이 논리와 명분이 제대로 담긴 글과 실천으로 펼쳐진 이곳이 참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존경스럽고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분발했고,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 말이 남아있는 이 블로그에 오래 머무르고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선생님의 최근 글을 읽습니다. 쓸쓸합니다. 거.. 2022. 7. 5.
뭘 보고 교사·학교를 믿나?(2020.2.4)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이렇게 썼다. "학생들을 회초리로 때리는 건 옛날부터 내려온 영장류의 의식적인 성교형태라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한다면, 그래도 선생님들이 체벌을 계속할지 의심스럽다." 그렇거나 말거나 교육부에서는 최소한의 체벌을 허용하면서 관련 규정 정교화에 힘쓴 시절이 있었다. 체벌은 결코 교육수단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강력해지자 결국 일체 금지했지만 그 과정에서 '사랑의 매'를 강조하는 사람도 많았고, '대체벌(운동벌, 학습벌 등)'이라는 생경한 대안도 나왔고, "학습권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교육권도 보장하라!" "학교와 교실이 무너진다!"는 아우성과 호소도 있었다. 요즘은 간혹 교사가 학생에게 맞았다는 소리는 들려도 교사가 학생을 때렸다는 얘기는 좀체 들리지 않는다. 또 학생 간 폭력을.. 2020. 2. 4.
"나는 학교에서 처음 해본 것이 너무 많다." 나는 학교에서 처음,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학교에서 처음, 자전거를 배웠다. 나는 학교에서 처음, 연극을 해보았다. 나는 학교에서 처음, 좋아하는 애에게 고백했다. 나는 학교에서 처음, 친구에게 사과할 용기가 생겼다. 나는 학교에서 처음, 세상에 대한 질문이 생겼다. 나는 학교에서 처음, 내가 꼭 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신선하다고 할 이가 많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서 언제 대학 입시 준비를 할까, 걱정할 이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교육이 그렇게 입시 준비에 빠져버려서 정작 해야 할 공부는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교과서의 내용을 암기하고 암기한 것으로 오지선다형 문제를 푸는 공부(?)에 매달려서 하고 싶은 공부, 해야 할 공부는 안중에도 없는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교.. 2018. 3. 11.
존 테일러 개토 『바보 만들기』 존 테일러 개토 씀․ 김기협 옮김 『왜 우리는 교육을 받을수록 멍청해지는가 Dumbing Us Down 바보 만들기』 민들레, 2005 책을 들자마자 밑줄부터 긋기 시작했습니다. '머리말', '펴낸이의 말', '한국어판 펴낸이의 말'에서 이미 몇 군데나 그었고, '들어가는 말'에서는 더 많이 그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옳게 읽고 있는가?' 싶어서 그때까지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확인하기까지 했습니다. 말하자면 어쭙잖은 책에 이렇게 밑줄을 긋는다는 것은 스스로 좀 부끄러울 일 아닌가 싶었던 것입니다. 그것부터 옮겨보겠습니다. 토마스 무어가 2001년에 쓴 머리말에서 벌써 세 군데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아버지 역시 존 개토가 통쾌하게 비판하는 완고한 관료주의의 앞에서 좌절감을 겪었다. 한 번은 아버지가 동.. 2009. 11. 18.
우리 아파트 홍중이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내애가 제 친구와 헤어지면서 고래고래 떠드는 소리가 지하 2층까지 내려옵니다. 5학년짜리 홍중입니다. 우리 동(棟)에는 그 애 말고는 그럴 애가 없으니까요. 언젠가 “할아버지, 오늘은 더 멋지게 보이세요.” 해서 저를 우쭐하게 했던 그 아입니다.1) 로비 층에서 홍중이가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오면서 인사에 이어 숨가쁘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저 8월에 미국 간다는 얘기 들으셨어요?” “응? 뭐라고? 미국이라니! 얼마 동안?” 빅뉴스를 들은 척해주었습니다. “3주간요.” 그러더니 벌써 섭섭해진다는 표정으로 덧붙였습니다. “……그동안 할아버지를 못 뵐 것 같아요.” (별 걱정이야, 내 참...) “그렇겠네? 누구하고 가?” “영어학원 원장님요(그 애는 내가.. 2009. 3. 15.
가을葉書(Ⅱ) 추석이 왔기 때문에 차례를 지냈습니다. 아직 한낮에는 기온이 30도를 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고맙기도 합니다. 그 기운도 얼마나 갈까요. 어차피 다시 찾아온 가을이라면, 세상이 더 좋아지기를 바랍니다. 정치인들은 더 성숙해져야 합니다. 82일만엔가 문을 열었다면서,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국회의원으로서의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이므로 세비(歲費)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유치한 생각이나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도 국회의원입니다. 재산을 수십억 원씩 가지고 있다는데, 그까짓 세비 주지 않는다고 걱정할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행정도 더 수준 높아져야 합니다. 경부운하를 포기하고 경인운하를 파든, 그린벨트를 허물어 집을 짓든 옛 사람들이 이룩해놓은 일들을 보고 배우면 더 현명해질 것입니다. 옛날부터 그 .. 2008.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