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버린만 잘 쳐도1 박형권 「탬버린만 잘 쳐도」 탬버린만 잘 쳐도 박형권 옆방 젊은 여자하고는 이사 첫날부터 찌그려졌다 이삿짐 다 옮겨놓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보니 출입문이 두 개 있는데 어느 문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 문이나 열긴 열었는데 꽃 같은 장롱에 복어 주둥이 같은 살림살이들 아, 이 문이 아니었다 얼른 닫고 옆문을 여니 마누라 같은 두루마리 화장지 딸 같은 시집詩集 그래 여기가 내 집이지 한시름 놓는데 누가 문을 쾅쾅 두드린다 ―야, 너 뭐하는 놈이야? 여자들만 사는 집을 왜 들여다봐? 그렇게 꼬이기 시작한 인연은 일 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았다 할머니 한 분과 여자와 여자의 어린 딸이 사는 것 같은데 모두 가을바람 앞의 코스모스 같았다 이슬만 먹고 사는지 그 방에서는 음식 냄새가 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며칠째 옆방에서 탬버린 소리가 .. 2014. 10.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