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1 강기원「코끼리」 코끼리 강기원 오늘도 그녀는 위층 남자의 소변 소리에 잠을 깬다. 새벽 여섯 시,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는 오늘도 건재하시다. 누런 오줌줄기가 튀어 이마를 때리는 듯하다. 아니, 그가 뿜어내는 정액을 뒤집어쓴 듯하다. 묘한 모멸감 속에 그녀는 침상에 그대로 누운 채 한 마리 거대한 코끼리를 상상한다. 주체할 수 없는 긴 코를 새벽마다 사납게 휘두르는 코끼리. 어느 날 서커스장의 코끼리가 공연 도중 무대를 가로질러 도망갔다지. 의식 있는 코끼리라며 박수를 보냈었지. 추격 끝에 잡히고 만 코끼리가 위층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는 상상. 그러고 보니 쿵쿵 울려오는 발소리마저 사람의 것이라 하기엔 너무 느리고 둔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녀는 코끼리 발밑에 깔린 채 숨 쉬고 밥 먹고 잠든 것이다. 알 .. 2022. 4.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