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척1 괜찮은 척하기 Ⅰ 인형 '하나'가 밟혔습니다. 어둑어둑해서 몰랐고, 이게 뭔가 싶어서 내려다봐도 녀석은 무표정했습니다. 아픈 표시도 내지 않고 밟으려면 실컷 더 밟아보라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어두운데 왜 여기 혼자 있지?" "굳이 물을 것 없지 않겠어? 괜히 뭘 묻고 그래?" Ⅱ 측백나무 화분 위에 앉혔습니다. 내가 데리고 들어갈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내일이라도 찾아가겠지…….' "외로워 보이는데?" "천만에! 웃기지 마! 난 괜찮아! 전혀!" Ⅲ 괜찮다고는 했지만, 이제 영영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거나 어쩌면 이승에서의 마지막 밤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일 아침, 다른 아이가 집어가거나 떡볶이를 담았던 일회용 컵, 과자봉지 같은 것들과 함께 아파트 청소 담당자의 쓰레기봉투에 들어간다면 곧 끝장일 .. 2015. 5.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