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1 박상순(시집) 《슬픈 감자 200그램》 박상순 시집 《슬픈 감자 200그램》 난다 2017 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 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 눈보라는 좋겠다. 폭설에 무너져내릴 듯 눈 속에 가라앉은 지붕들은 좋겠다. 폭설에 막혀 건널 수 없게 되는 다리는 좋겠다. 겨울 강은 좋겠다. 그런 폭설의 평원을 내려다보는 먼 우주의 별들은 좋겠다. 즐거운 도시를 지난 즐거운 사람은 눈보라 속에 있겠다. 어깨를 움츠린 채 평원을 바라보고 있겠다. 무너져버린 지붕들을 보겠다. 건널 수 없는 다리 앞에 있겠다. 가슴까지 눈 속에 묻혀 있겠다. 하늘은 더 어둡고, 눈은 펑펑 내리고, 반짝이던 도시의 불빛도 눈보라에 지워지고, 지나온 길마저 어둠 속에 묻히고, 먼 우주의 별들도 눈보라에 묻히고. 즐거운 사람은 점점 더 눈 속에 빠지고 가슴까지 빠지고 어.. 2018. 9.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