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호1 정은호 「에른스트의 여행」 에른스트의 여행 정은호 “당분간은 이 비에 젖을 수밖엔 없겠네.” 발코니에서 에른스트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가 거기 있는 줄도 몰랐다. 샤워를 마치고 나왔더니 어느새 그가 서 있었다. "밥은 먹었어요?" "아뇨, 근데 배 안 고파요." 그가 젖은 채로 발코니에 서서 대답했다. "나가서 밥 먹고 올게요." 나는 우산을 챙겨 외출했다. 로비를 나오니 날씨가 화창했다. 식당에 들어가 백반을 먹고 나오는 길에 우비 입은 사람을 봤다. 에른스트인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잠시 그와 나 사이로 트럭이 지나갔고, 그는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자 에른스트는 없었다. 한낮이었다. 나는 병원에 가야 했다. 병원 가는 길에 또 우비 입은 사람을 봤다. 얼굴을 확인하려다 귀찮아져 그냥 지나쳤다. 의사 선생님에게 .. 2020. 9.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