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운1 조 은 「적운」 적 운 조 은 여자가 뛰쳐나오자 대문이 어금니를 물었다 밖에서는 이제 문을 열지 못한다 뒤돌아보는 여자의 머리에서 헝클어진 바람이 뛰어다닌다 부스스한 머리가 할 말 많은 혀처럼 꼬이는 여자의 그림자를 청색 분뇨차가 뭉개며 달려간다 아이들이 그림자의 허리에서 파편처럼 튄다 여자는 제 그림자 한복판에다 가래침을 뱉는다 오토바이와 자전거 바퀴에 끌려 올라가던 그림자의 머리채가 한 걸음도 못 가 맥없이 놓여 난다 꼼짝 않고 노려보던 데서 시선을 옮긴다 여자는 눈을 감는다 눈꺼풀이 떨린다 콧날이 꿈틀댄다 여자가 뛰쳐나온 대문 안에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슬리퍼 끌리는 소리 수돗물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리 꿈쩍 않는 평온의 소리가 들린다 여자가 눈을 뜬다 ─────────────── 조 은 1960년 경북 안동 .. 2011. 3.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