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빨간 곶1 「저 빨간 곶」 저 빨간 곶 문인수 친정 곳 통영 유자도에 에구구 홀로 산다. 나는 이제 그만 떠나야 하고 엄마는 오늘도 무릎 짚고 무릎 짚어 허리 버티는 독보다. 그렇게 끝끝내 삽짝까지 걸어 나온, 오랜 삽짝이다. 거기 못 박히려는 듯 한 번 곧게 몸 일으켰다, 곧 다시 꼬부라져 어서 가라고 가라고 배 뜰 시간 다 됐다고 손 흔들고 손 흔든다. 조그만 만灣이 여러 구비, 새삼 여러 구비 깊이 파고들어 또 돌아본 즉 곶串에, 저 옛집에 걸린 바다가 지금 더 많이 부푼다. 뜰엔 해당화가 참 예뻤다. 어서 가라고 가라고 내 눈에서 번지는 저녁노을, 빨간 슬레이트 지붕이 섬을 다 물들인다. ―――――――――――――――――――――――――――――― 문인수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 등단. 시집 『뿔』 『홰치.. 2013. 10.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