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여백의 예술3

이우환 《여백의 예술》 이우환 《여백의 예술》 김춘미 옮김, 현대문학 2014 이우환의 책은 네 권째이다. 《시간의 여울》(1994)은 이슬·수정 같은 에세이들이었고 《멈춰 서서》(2004)는 바로 그 느낌의 시집, 《양의의 예술》(2014, 심은록 엮음)은 그의 예술에 관한 대담집이었다. 그의 예술세계가 겨울 햇살 같다고 생각되었다. 이 책 《여백의 예술》과 함께 네 권을 따로 분류하지 않고 한 군데 모아놓고 있었는데 《여백의 예술》은 읽지 않은 채였다. 이건 분명히 개론서가 아닐까 싶어서 선뜻 읽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이번에 비로소 이 책을 읽으며 과연 이우환다워서 가슴이 울렁거렸는데 그것은 여섯 장(章) 중에서 첫째 장에서였다. · 여백의 예술 · 무한에 대해 · 중간자 · ...... 이우환은 어려운 것을 쉽게 이야기.. 2022. 9. 27.
빠다샹젱(八大山人) 〈목련도〉 빠다샹젱(八大山人)의 〈목련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등심을 찡하게 달려가는 전율을 느끼게 된다. 혼이 뒤흔들어진다. 화면 바닥으로부터 헤아릴 수 없는 전파가 보는 자에게 잇따라 밀려온다. 보고 있다기보다 어느 틈엔지 저쪽이 쏘아보고 있다. 외면하는 것도 눈을 내리까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 기백에 찬 눈초리에 홀리고 있는 사이에 말할 수 없는 깊은 비애에 가까운 투명감이 온몸 가득 퍼져나간다. 일상의 진흙 밭에서 뭔가 숭고하고 아득한 세계로 떠올려지는 것 같다. 이우환의 에세이 '여러 작가들' 중 '빠다샹젱(八大山人)의 〈목련도〉에 부쳐' 첫머리(이우환 《여백의 예술》현대문학 2014)에서 이 글을 읽다가 중단하고 인터넷에 들어가 보았다. 이우환의 설명 중에서 두 군데를 옮겨 써 두고 싶었다... 2022. 9. 23.
마티스 〈댄스〉 학교 다닐 때 미술 교과서에서 본 듯도 합니다.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할 때는 교과서에서 봤고 그 사진이 아주 작았다고 기억하지만 불분명합니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장을 할 때는 여러 번 봤습니다. 중고등학교 미술 검정 교과서 발행 허가를 전결하며 '여기도 있네' '이 책에도 있네' 했습니다. 오래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없습니다. 잠시 '이런 그림이야 아이디어만 가지면 웬만한 사람은 그릴 수 있는 그림이지 않아?' '마티스가 그리지 않았다면 분명 다른 누군가가 그렸겠지?' 했을 뿐이었습니다. 나에게 마티스는 그런 화가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이우환 선생의 에세이를 읽고 아득함을 느꼈습니다. 내가 예술에 대해, 그림에 대해, 화가에 대해 무엇을 알겠습니까? 사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나는 최근에.. 2022.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