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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아멜리 노통브3

아멜리 노통브 《배고픔의 자서전》 아멜리 노통브 《배고픔의 자서전》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2006 「바누아투에는 먹을 게 사방에 널려 있어요. 힘들여 생산할 필요가 전혀 없지요. 두 손을 뻗으면 한 손에는 야자열매가, 다른 손에는 바나나 송이가 쥐어집니다. 몸을 식히려고 바닷물에 들어가 봐요. 그러면 원하거나 말거나 맛이 기가 막힌 조개, 성게, 게, 그리고 속살이 야들야들한 생선을 그러 모으게 됩니다. 숲 속에서 조금 산책이라도 해봐요. 새들이 아주 넘쳐 납니다. 둥지에 남아도는 새알을 꺼내 새들을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어요. 간혹 달아날 생각조차 안하는 이 새들의 목을 비틀어 줘야 할 때도 있어요. 맘멧돼지들은 젖이 남아돌아요. 돼지들 역시 영양 과다 상태니까요. 제발 좀 젖을 짜서 없애 달라고 우리에게 통사정을 하지요. 부탁을 .. 2020. 4. 24.
아멜리 노통브《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적의 화장법》 성귀수 옮김, 문학세계사 2005 1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어 책을 읽고 있는 제롬 앙귀스트에게 텍스토르 텍셀이라는 사람이 다가와 20년 전에 자신이 앙귀스트의 아내를 강간했고, 10년 전에는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고백합니다. 그리고는 제발 벌을 받게 해달라고, 죽여달라고 간청하지만 앙귀스트는 그 고백을 부정하려고 합니다. "당신 정말이지 비겁한 작자로군! 결국엔 나를 죽이지 않으려고 내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수작이야."(109) 2 결국 사내는 자신이 바로 제롬 앙귀스트 당신 자신이라고 주장합니다. "내가 자네야. 자네 자신은 모르지만 그런 자네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자네의 어느 부분이 바로 나이지. 자네가 억지로 잊어버리려고 하는 자네의 한 부.. 2020. 2. 29.
아멜리 노통브 『아담도 이브도 없는』 아멜리 노통브 『아담도 이브도 없는』 이상해 옮김, 문학세계사, 2008. 벨기에인 아멜리와 일본인 린리와의 첫사랑 이야기. 표지에 적힌 대로라면 '애틋하고 발랄하고 섬세한'. 가령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그는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나는 그를 만나면 늘 즐거웠다. 나는 그에게 우정과 애정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없어도 그립지는 않았다. 그에 대한 내 감정의 방정식은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우리의 이야기가 더없이 멋져 보였다. 내가 답변 혹은 상호성을 요구할 수도 있는 사랑고백을 두려워했던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 영역에서 거짓말을 하는 건 하나의 형벌이었다. 나는 곧 내 두려움의 근거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린리가 나에게 기대하는 건 자기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뿐이었다. 그가 옳.. 2009.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