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달1 김원길 「여숙旅宿」「밀어」「시골의 달」 지례예술촌 김원길 시인이 이런 글을 보여주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그렇지만 결코 그리 깔끔할 것도 없는, 그 시절의 이른바 '무전여행'이란 것의 추억을 멋들어진 시 한 편으로 간직할 수 있는, 시인은 그렇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추억은 메마르고 저 맥고모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방랑시편 (1) 「여숙旅宿」 10월 하순, 오후 4시 경, 박영태와 나는 영덕서 강구로 넘어가는 바닷가 비포장 언덕길을 터덜터덜 힘겹게 걷고 있었다. 땀이 흐르고 숨도 차고, 어디 앉아 쉴 만한 그늘이 없나 하던 차에 길가에 문짝이 떨어져 나간 초가삼칸 폐가가 눈에 띄었다. 그 폐가의 먼지 앉은 냉방에는 누가 배고 간 것인지 모를 목침이 나딩굴고 벽에는 낡은 맥고모자가 베토벤의 데드마스크처럼 묵.. 2014. 9.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