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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소설읽기2

요즘 누가 소설을 읽나요? 성준과 나의 소망은 킹크랩을 배가 터지도록 한번 먹어보는 것이었다. 물론 진짜 소원이랄 게 그것뿐이냐 하면 집도 갖고 싶고 차도 갖고 싶고, 아무튼 돈을 잔뜩 갖는 것이 궁극적인 소원이겠지만 우선은 킹크랩. 내 얼굴보다 큰 등딱지를 엎어놓고 스팀에 제대로 푹푹 쪄다가 집게다리부터 우적 뜯어서 한입에 와아아앙, 입속에서 게살이 사르르 녹아 없어질 테지. 게다가 킹크랩 딱지에 비며 먹는 밥은 또 어떻고. 먹어보지 않아 맛은 모르겠으나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알이 그냥 봐도 한껏 고소하고 녹진하겠지. 세상에 그것보다 맛난 건 없을 거다, 아마도. 월간 『현대문학』1월호에서 단편소설「퀸크랩」(이유리)을 읽다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싶은 마음으로 소설가 생각을 했다. 소설가의 생활, 소설가의 낭만, 보람, 애환.. 2024. 1. 12.
위수정 단편소설 「우리에게 없는 밤」 위수정 단편소설 「우리에게 없는 밤」 《현대문학》 2022년 2월호 안나가 본명이에요? 당연히 아니겠지. 남자는 자신의 질문에 스스로 답하고는 몸을 돌려 모로 누워 지수를 보았다. 지수는 감았던 눈을 떴다. 특징 없는 베이지색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시선을 조금 아래도 내리자 숫자에 불이 켜진 디지털 벽시계가 보였다. 숫자 사이의 파란 콜론이 깜빡깜빡 말을 걸었다. 시간이 가고 있다고. 남자의 손이 지수의 어깨에 닿았다. 지수는 몸을 일으켰다. 저 이제 학교 가야 해서. 욕실로 향하며 지수는 그의 시선이 따라오는 것을 느꼈다...... 처음부터 따분한 소설이 있고 눈길을 끌어놓고는 곧 힘이 빠지거나 주체를 못 하고 마는 소설도 있고 차라리 철학을 읽겠다 싶게 하는 소설도 있고... 이 소설처럼 처음 부분.. 2022.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