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소설3

요즘 누가 소설을 읽나요? 성준과 나의 소망은 킹크랩을 배가 터지도록 한번 먹어보는 것이었다. 물론 진짜 소원이랄 게 그것뿐이냐 하면 집도 갖고 싶고 차도 갖고 싶고, 아무튼 돈을 잔뜩 갖는 것이 궁극적인 소원이겠지만 우선은 킹크랩. 내 얼굴보다 큰 등딱지를 엎어놓고 스팀에 제대로 푹푹 쪄다가 집게다리부터 우적 뜯어서 한입에 와아아앙, 입속에서 게살이 사르르 녹아 없어질 테지. 게다가 킹크랩 딱지에 비며 먹는 밥은 또 어떻고. 먹어보지 않아 맛은 모르겠으나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알이 그냥 봐도 한껏 고소하고 녹진하겠지. 세상에 그것보다 맛난 건 없을 거다, 아마도. 월간 『현대문학』1월호에서 단편소설「퀸크랩」(이유리)을 읽다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싶은 마음으로 소설가 생각을 했다. 소설가의 생활, 소설가의 낭만, 보람, 애환.. 2024. 1. 12.
내 독서에 대한 나의 희망 나는 읽어야 할 책을 얼른 다 읽고 싶다. 읽어야 할 책? 사놓은 책, 꼭 한 번 읽으라고(그렇지만 이젠 누가 보낸 것인지도 모를 몇몇 권의 책) 아니면 내 책 좀 보라고 보내주는 책, 새로 나오는 책을 일부러 찾아서 사지는 않지만 더러 사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게 되는 책...... 저 서장(書欌)에서 나를 기다리는 책. 읽을 책은 줄어들고 있나? 모르겠다. 줄어들기를 기대하며 읽는 수밖에 없다. 다 읽으면 할 일이 있다. 읽은 책 중에서 꼭 확인해야 할 내용을 찾는 일이다. 가령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 서장에 관한 부분, 그 부분은 소설 "향수"(파트리크 쥐스킨트)에서 그 지독한 향수 전문가가 자신이 냄새 맡아본 몇 천 가지의 향수를 종류별로 자신의 뇌 속 창고에 보관하듯 수많은 책이 정리되.. 2023. 3. 12.
오한기 《의인법擬人法》 오한기 소설집 《의인법擬人法》 현대문학 2015 「파라솔이 접힌 오후」 컨트리 가수 W의 종적을 찾는 서점 주인 이야기. W는 권총으로 자살했는데 지갑에서 발견된 쪽지에 "죽음도 내가 원한 건 아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W의 평전 『파라솔이 접힌 오후』를 집필한 브라운맨은 W를 죽인 건 사람들의 무관심이었고, W는 죽으면서까지 관심을 받고 싶어 했던 애정 결핍증 환자였다고 했지만, '나'는 중얼거린다. 'W에게 평화나 폭력은 같은 의미'라고, 그가 죽은 건 '파라솔을 빼았겼기 때문'이라고.1 「더 웬즈데이」 이렇게 시작된다. 아버지가 죽었다. 아버지는 경기도 성남의 컴컴한 모텔 방에서 민수라는 여배우와 성관계를 갖던 도중 사망했다. 주간지 『더 웬즈데이』는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사실들을 세세하게 가르쳐.. 2016.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