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1 내가 기다리는 곳 10~20분쯤, 길 때는 한 시간 이상일 때도 있습니다. 나는 10분도 좋고 한 시간도 괜찮습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앉아 있거나 서성이거나 하는 것이 싫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그렇게 기다리게 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누구를 기다려 줄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실없는 얘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날 그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요. 내가 기다렸었다고. 그런 생각을 하면 정겹기도 하지만 불편하기도 합니다. 무덤덤하게 떠오르고 말면 좋겠습니다. 눈물 글썽이거나 풀이 죽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거나, 그 어느 것도 달갑지 않습니다. '가랑잎 정도'로 소멸되면 그만입니다. 그러니까 바람 부는 곳도 따뜻한 곳도 필요 없습니다. 잘 듣고 기억하는지 몰라도 그걸 바란다고 이야기해 놓았습.. 2022. 11.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