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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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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내 친구 雪木 박두순 시인이 시 '소'를 선물했습니다. '소 해'(소년)여서 그랬는지, 이 블로그에 써놓고 갔습니다. 이중섭 화가가 생각났는데 서울미술관에서 본 황소는 화가 난 것 같아서 이중섭 화가네 가족을 태우고 가는 정다운 소를 여기에 옮겨놓았습니다. 이제 雪木의 그 시입니다. 소 박두순 큰 입을 가지고도 물지 않는다 큰 눈으로 보기만 한다. 2021. 1. 7.
미루나무 잎사귀에 매달린 내 눈물 나는 늘 혼자였습니다. 미루나무가 하늘 높이 솟은 방둑으로 소를 먹이며 가고 있었습니다. 저수지 물이 들판 가운데를 거쳐 그곳을 지나가는 방둑은 깎아 세운 절벽 같았습니다. 방둑 양쪽 논은 임자가 다르니까 누가 그 방둑을 두껍고 튼튼하게 만들겠습니까? 그 아슬아슬한 길의 양쪽으로 소가 좋아하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서 소는 정신없이 먹고 있었습니다. 그 소를 바라보며 어린 나는 잠깐 흐뭇했을 것입니다. 낌새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었습니다. 엇! 저 멀리 뒷산 기슭으로부터 고함소리와 함께 누군가 흰옷을 펄럭이며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나를 가리키는 것 같았습니다. 아, 이런! 내가 소를 몰고 들어가 있는 방둑은 우리 ○○부네 논이고, 대머리가 반질반질한 우리 ○○부는 소가 들.. 2020. 12. 28.
영화『워낭소리』 초겨울이었지요. 50여 년 전입니다. 아침을 먹는데 아버지가 소를 판다고 선언했습니다. 소를 팔아 작은 소를 사면 돈이 남고 이듬해에는 그럭저럭 일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옛 이야기에서처럼 우애가 깊어 큰댁을 도와주면서도 형편을 더 늘려보려고 애쓰던 때였습니다. 내가 할 말은 있을 수 없었고, 그냥 외양간을 들여다봤습니다. 그게 이별의식이었습니다. 소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소는 사람의 말과 생각을 읽으며, 꿈속에 나타나면 그건 조상의 현현(顯現)이라고 했습니다. 소는 외양간을 나오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아침이면 순순히 따라 나와 들로 향하던 그 소가 그날 아침에는 그랬습니다. 『워낭소리』는 그런 날들의 얘기였습니다. 몇 장면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 2009.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