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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사랑의 학교5

E. 데 아미치스 「난파선」 가령, 선장이 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합니까? 물어보나마나 초등학교나 중학교 수준의 지식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입니다. 성적이 최상이던 고등학교 동기생 한 명이 좋은 대학을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선장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소문만으로도 아주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갖추어야 할 것은 쉽게 짐작됩니다. 그럼, 그런 지식은 무얼 하는데 쓰입니까? 시험 보는데 쓰고나면 그만입니까? 어릴 때 도덕책에서 읽은 선장 이야기가 나중에 보니까 『쿠오레(사랑의 학교)』라는 이탈리아 소년소설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어른이 되어서 읽어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왜 하필 이탈리아 이야기를 읽고 감동하느냐고 따질 수 있습니까? 이탈리아 작가가 이탈리아인들에게 자부심, 긍지, 애국심을 넣어주려고 쓴 책.. 2014. 4. 22.
RE: RE: 빗꾸리시마시다 뭐 이런 제목이 있나, 싶을 수밖에 없겠네요. 요전에 소개한 편지「오겡끼데스까?(건강은 어떻습니까?)」의 후속편입니다. 내가「오겡끼데스까?」라는 이메일을 받고, 처음에는 '아, 요즘은 남의 이메일 창고에서 발신자 아이디까지 해킹해서 스팸메일을 보내는구나.' 했다가 진짜로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보낸 걸 확인하고는 ''어? 웬 일본어?' 했으므로 답장 제목을「'빗꾸리시마시다(깜짝 놀랐습니다)」라고 했더니 상대방이 -이 편지 주인공이- 너무 우스웠다고 하며 보시는 바와 같이「RE: RE: 빗꾸리시마시다」라는 제목으로 답신을 해왔습니다. 내 이야기를 자꾸 들었기 때문인지 - 내가 지금 건방진 생각, 말하자면 착각을 하는 걸까요? - 함께 생활하지 않아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부분이 많은 사람입니다. 아니면, .. 2010. 3. 16.
E. 데 아미치스 『사랑의 학교』 E. 데 아미치스 지음 《사랑의 학교》 이현경 옮김/김환영 그림, 창비아동문고 1998. 평생 마음속에 간직해둔 책을 소개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문화일보』 기자가 전화를 해서 「Readers are Leaders」라는 특별기획 코너에 교육자 한 명을 소개하기로 했고, 그 첫 번째 인터뷰가 하필이면 블로그 『파란편지』 주인에게 돌아가게 되었다고 하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그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에 기자가 오면 인터뷰를 어디서 어떻게 하고, 그 기자와 식사를 할 식당 같은 건 전혀 생각해두지 않았습니다. 평생에 책을 그렇게 많이 읽은 사람도 아니고, 앞으로도 '이제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고 걸신들린 듯 읽어댈 자신도 없지만, 그동안 읽.. 2009. 6. 4.
엉망진창 학예회 우리 학교 병설유치원에서는 어제 오후 미래관에서『제2회 양지꿈나무들의 작은축제』를 열었습니다. 프로그램만 봤을 때는 대단할 것 같았습니다.「신명나는 사물놀이」「야, 우리 엄마다!」「노래극」「새론네와 여럿이」「고양이들의 음악여행」「회장네와 총무네」「핸드벨」「검정고무신」「손짓사랑」「탈춤놀이」「동시감상」「가족이 함께해요」「천사들의 합창」「리듬합주」. 그러나 실제로 가보았더니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연습인지 공연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첫 프로그램「신명나는 사물놀이」는 한참동안 쿵쾅거리기만 해서 아직 연습인가 했는데, 그 쿵쾅거림에도 순서와 계획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제 끝나는가 생각하면 또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자꾸자꾸 이어졌습니다. 그 무대 위에도 지루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2008. 12. 20.
우리에게 충분한 자격이 있을까요? - 2007학년도 여름방학을 시작하며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3 우리에게 충분한 자격이 있을까요? - 2007학년도 여름방학을 시작하며 - 오늘은 개학날입니다. 시골에서 보낸 석 달간의 방학은 정말 꿈처럼 지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늘 아침 어머니는 바렛띠 학교에 나를 데려가 4 학년에 등록시켜 주셨습니다. 난 시골 생각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이 별로 즐겁지 않았습니다. 길마다 아이들이 북적댔습니다. 책가방과 보조 가방, 공책 등을 사려는 부모님들로 두 개의 문방구는 북새통을 이루었고, 학교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수위 아저씨와 경찰관 아저씨는 교문을 가로막지 못하게 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교문 근처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쳤습니다. 3 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습니다. 빨간 곱슬머리의 선생님은 언제나 명랑하셨습니다..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