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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늙은이3

세월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텔레비전에서 오십 대 중반의 연예인들을 보며 살아갑니다. 그들 중 단 한 명도 나를 모르지만, 나는 자주 그들을 의식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느낌일 때도 있습니다. 어제는 더 젊은 연예인들이 그들 오십 대 앞에서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문득 저 오십 대 중반 연예인들은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금을 시작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그렇게 여기고 싶어 할 수도 있지만 곧,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는 걸 느끼게 되고 내일, 그새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갔구나, 뒤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월은 일흔에도 자식을 가져 세상을 놀라게 하는 한둘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여든아흔에도 열정으로 살아가는 몇몇 유능한 사람들을 위한 것도 아닐 것입니다. 세월은 성근 체에 담긴 고운 모래처럼 혹은 결국 긴 시간을.. 2023. 8. 3.
늙은이의 진부한 노래 세상에서 이미 잊힌 늙은이가 자기가 할 일 없으니 남도 그럴 거라고 착각하고 한창 바쁜 사람에게 옛날풍의 진부한 노래를 읊어 보내는 것도 썰렁한 일이다. 일본 헤이안 시대에 데이시 중궁의 여방으로 발탁된 재녀 세이쇼나곤의 《베갯머리 서책(枕草子)》에 나오는 문장이다. 나도 더러 그렇게 말은 했지만(현직에 있는 사람들은 늘 바쁘다고, 이쪽에서 그들에게 연락해서는 안 된다고) 정말 그런 줄은(옛날풍의 진부한 노래를 읊듯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몰랐던 것 아닌가 싶다. 나는 아직 저승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 이승 사람도 아니다. 명심해야 한다. 그런 줄 알면 될 것이다. 2023. 6. 10.
"나도 한때는 새것이었네" 모처럼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아침을 굶고 가서 채혈을 했고 러닝머신에 올라가서 걷고 뛰어야 하니까 빵과 커피로 아침을 때울까 싶어서 그걸 샀지만 내키지 않아서 차에 갖다 두고 네 가지 검사를 더 받았습니다. 모처럼이었으므로 그동안 변한 것도 있어서 질문을 해야 할 것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친절합니다. 그렇다고 "참 친절하시네요" 하면 의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노인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뭐지?' 친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뭘 물으면 간단히 대답하면 될 걸 가지고 아예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걸 보면 '노인이라고 이러는구나' 싶지만 끈기 있게 듣습니다. 그렇게 어린애에게 설명하듯 하는 사람에게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세요" 하거나 "나는 이 병원 십삼 년째 드나듭니다"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2021.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