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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눈물6

내 눈물 아무리 딴생각을 하려고 해도 기가 막히다는 말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한 일들이 떠오르고 떠오르고 떠오르고 더러 외롭고 허전하고 우울하고 고독하고 적막하고 더러 얼른 마치고 갈 수 있으면 싶고 그런데도 나는 눈물 같은 건 흘리지 않게 되었다. 눈물이 없으면 이게 인간인가? 내가 지금 인간인가? 인간의 조건은 소나 개처럼 눈물이라도 흘릴 줄 아는 게 아닐까? 눈물도 모르게 된 나는 인간인가? 2023. 3. 8.
눈물 너머 아카시아꽃 # 1 내 형제 중 한 명이 다 없애버렸지만 나는 국민학교 4학년 때를 제외하고는 매년 우등상을 받았습니다. 4학년 담임 ○인○ 선생은 우등상은 자신이 거주하는 그 동네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상 따위는 주지 않아도 괜찮은데 걸핏하면 매질을 했습니다. 특히 비 오는 날 그 짓을 자주 했는데 자신이 맞을 매를 자신이 준비해오라고 했습니다. 그것도 가느다란 것, 짧은 것을 가져오면 선생이 갖고 있는 매로 때리겠다고 해서 손가락 세 개 정도 굵기는 되어야 만족했습니다. 나는 늘 매 맞을 아이들 중 한 명이 되었는데 내가 뭘 잘못한 것인지 그 이유는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선생이 풀지 못하는 산수 문제를 말없이 풀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데 아이들은 .. 2022. 5. 25.
명퇴한다는 K가 저...인가요? 선생님, 혹시 명퇴한다는 K가 저...인가요? (아름다운 교육자..라는 구절이 있는 걸로 봐서는 제가 아니고, 선생님 주변의 또 다른 교사이신 듯하고.) 일단 저도 선생님께 명퇴 운운했으니, 제게 던지시는 일갈로 여기고 읽어보았지요. (교단 세월은 꽤 되지만, 세상일에 멍청이라는 표현은 저를 정확하게 꿰뚫으시는 말씀이라, 또 저인 것도 같고.) 마지막 구절에, 저 아이들을 그리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는 말씀에 도달해서는... 이유 모를 눈물이 왈칵 솟고 마는 저의 주책. 아이들과 교단이 저의 그리움의 대상이었던가요? 미련한 제가 그리움의 대상이 될 것들과 함께하고 있는 이 일상 속에서 정작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음을 인지하지조차 못하고 있는 건가요?(세상 그런 똥멍청이가 다 있나요?) 제가 이들을.. 2021. 11. 30.
미루나무 잎사귀에 매달린 내 눈물 나는 늘 혼자였습니다. 미루나무가 하늘 높이 솟은 방둑으로 소를 먹이며 가고 있었습니다. 저수지 물이 들판 가운데를 거쳐 그곳을 지나가는 방둑은 깎아 세운 절벽 같았습니다. 방둑 양쪽 논은 임자가 다르니까 누가 그 방둑을 두껍고 튼튼하게 만들겠습니까? 그 아슬아슬한 길의 양쪽으로 소가 좋아하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서 소는 정신없이 먹고 있었습니다. 그 소를 바라보며 어린 나는 잠깐 흐뭇했을 것입니다. 낌새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었습니다. 엇! 저 멀리 뒷산 기슭으로부터 고함소리와 함께 누군가 흰옷을 펄럭이며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나를 가리키는 것 같았습니다. 아, 이런! 내가 소를 몰고 들어가 있는 방둑은 우리 ○○부네 논이고, 대머리가 반질반질한 우리 ○○부는 소가 들.. 2020. 12. 28.
눈물 시름시름 앓으며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많은 올해는, 지난 봄부터 아파트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 목소리 속에 자꾸 30여 년 전 제 맏딸이 깔깔거리며 무언가를 외치던 그 소리가 섞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긴 하지만, 아무렇게나 살아도 좋던 아무 생각없이 살아도 되던 괜찮던 그 때가 이렇게나 그립습니다. 두 번째의 수술대 위에서 흘린 눈물 속에는 자신의 한심함 때문에 참는데도 솟아오르던 그 눈물 속에는, 영국에서 잠시 귀국했던 그 아이도 들어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오랫동안 고3병을 앓았습니다. 고3병은 고3 때만 앓는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고3병을 앓았습니다. 올해로 39세인 그 아이는 지금도 그 병을 앓고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우리 교육의 병.. 2010. 10. 14.
삶, 이 미로… 삶, 이 미로… 모처럼 하늘이 저렇게 푸릅니다. 어릴 때 고향에서 보던 그 하늘이구나 싶었습니다. 둘째 딸이 전화로 그러더랍니다. "아빠에게 전해줘요. 하늘이 저렇게 맑은데 죽어서 되겠는지." 때때로 가슴이 울렁거리고 몸이 어지러워지는 그 증상 때문에 불안하고 초조해서 몸을 자.. 2010.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