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밀1 은행나무 아래 그 소녀의 일기장 육십여 년 비밀을 지켰네. 철저히 그 비밀을 지켰네. # 추석이 지나고 은행나무잎에 물이 들고 운동회가 다가왔습니다. 운동회 연습 때문에 오후 수업은 없어졌습니다. 그래 봤자 사시사철 아프고 사시사철 일에 지친 우리 엄마는 학교에 올 수도 없는 운동회였습니다. 점심을 굶은 채 운동회 연습에 시달린 오후, 혼자 은행나무 아래로 들어갔습니다. 쉬는 시간의 그 운동장에 전교생의 반은 쏟아져 있는데도 거기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 거기 그 소녀의 까만 가방이 보였습니다. 어른들은 농사를 짓거나 기껏해야 장사를 하는데 그 아이만은 그렇지 않았고 그걸 증명하듯 꽃무늬가 수 놓인 가방을 갖고 다니는 소녀. 요즘의 쇼핑백처럼 학용품을 넣고 꺼내기가 좋은 가방을 들고 다니는 그 소녀. 4교시 후에 선생님이 되돌려준 일기.. 2021. 3.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