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나1 김보나 「러시아 거리」 러시아 거리 김보나 눈이 내리는 오후, 나는 한 남자와 샤갈의 전시회에 갔다. 젊은 샤갈은 그림 안에서 아내를 안고 마을 위를 비스듬하게 날았다. 평생 사랑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는 샤갈의 해설을 보며, 나는 곁에 선 남자에게 말했다. "로맨틱해요." 남자는 단조로운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예전에 본 그림이라고 했다. 나는 스무 살이고 그는 교수였다. 우리는 '바니타스의 이해'라는 교양 강의에서 만났다. 죽음을 그린 명화를 탐구하는 시간, 프랑스에서 유학한 그는 파리의 카타콤을 거닌 이야기를 꺼냈다. 도심 아래에 숨겨진 지하 묘지가 있고 그곳의 벽은 해골 600여 구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괴테의 말을 불어로 읊기도 했다. "밭도 나무도 정원도 내게는 그저 하나의 공간이었다. 나의 가장 사랑하는 당신이 .. 2022. 7.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