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1 글을 쓰는 일 나는 심지어 내가 책을 읽을 수 있기도 전에 어떻게 책이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책상에 몸을 숙이고 있는 아버지 등 뒤로 살금살금 들어가 발끝으로 서곤 했는데, 아버지의 지친 머리는 책상 스탠드의 노란 불빛 웅덩이 속에 떠다니고, 그는 천천히 공을 들여, 책상 위에 놓인 두 더미로 나뉜 책들 사이에 만들어진 꾸불꾸불한 계곡 사이로 자기 길을 재촉하며, 앞에 펼쳐진 두터운 학술 서적들로부터 온갖 종류의 자세한 내용을 뽑아서 찢어내, 스탠드 불빛을 향해 붙들고 잘 살펴 분류한 다음, 작은 카드에 내용을 베껴 쓰고, 그다음엔 마치 목걸이를 꿰듯, 퍼즐의 제자리에 각각을 맞춰두고 있었다. 사실, 나도 어느 정도는 그처럼 일했다. 나는 시계 제조상이나 재래식 은세공인처럼 일했다. 왼쪽 눈을 바짝 찌푸린 .. 2022. 4.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