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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갈등3

성희의 생각, 성희 생각 (2) "아, 너무 아름다워요~" 성희 부부는 저 언덕에 수레국화와 함께 쑥부쟁이 씨앗도 뿌렸습니다. 봄에 새싹이 돋을 때 노인은 난감했습니다. 야생화와 잡초를 구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수레국화는 한꺼번에 화르르 피어나서 '이건 꽃이겠구나' 했는데, '쑥부쟁이'의 정체는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이름 첫 자가 '쑥'이어서 '아마도 쑥 비슷한 종류겠지?' 짐작만 했습니다. 지난해엔 저 언덕의 잡초를 뽑으며 쑥 비슷한 것이 있는가 잘 살펴보았습니다. 쑥은 흔했지만 쑥 비슷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쑥은 쑥떡의 재료가 되니까 그냥 둘까 했는데 "그냥 두면 결국 쑥대밭이 된다"고 강조하는 이가 있었습니다. 노인은 말만 들어도 '쑥대밭'이 되는 꼴은 보기 싫었습니다. 쑥대밭이 되지 않도록 쑥은 잘 뽑고 개망초도 잘 아니까 개망초다 싶은 것도 고개를 .. 2022. 6. 20.
성희의 생각, 성희 생각 성희는 이 서방을 데리고 와서 저 언덕에 야생화 씨앗을 흠뻑 뿌렸습니다. 이 서방은 애초에는 메밀 씨를 뿌리자, 하얀 달밤에 메밀꽃 핀 모습을 내다보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했었습니다. 노인은 겨울밤에도 메밀꽃이 피어 있는 장면을 그려보고 있었습니다. 노인은 꿈이나 꾸면서 살아가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성희도 이 서방도 초췌해진 노인이 꽃을 심고 잡초를 뽑는다고 끙끙거리는 건 별로 보기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꽃씨를 뿌리는 날, 그들은 잡초가 나더라도 웬만하면 그냥 두라고 했습니다. 보기 좋은 잡초도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엔 저 언덕이 수레국화 천지가 되었습니다. 그걸 보고 어떤 사람은 속으로 뭐 이런가 했겠지만 어떤 사람은 드러내어 "장관이네!" 했습니다. 병약한 노인은 '장관(壯觀)'이.. 2022. 6. 8.
속절없는 나날들 지켜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는 줄은 잘 압니다. 이곳에 눈이 내리던 저 날만 해도 사태는 시작에 불과했고 이런 상황일 줄은 몰랐습니다. 남은 게 그리 넉넉하지 않아서 정말 뭔가 좀 해야 할 처지인데 오늘도 이렇게 가고 있습니다. 저렇게 재깍거리고 똑딱거리는 시계가 원망스럽습니다. 이 방에만 해도 세 개인 시계가 우습게 보입니다. 뭘 하겠다고 시계를 모아 두었을까? 시계가 여러 개이면 시간을 조절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내 시간이 좀 늘어나기라도 할 줄 알았던 걸까? 변함없이 저렇게 재깍거리고 똑딱거리는 저 시계를 바라보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안부 전화로, 자랑처럼,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을 보낸다던 K 교수가 '알파고'처럼 느껴집니다. "시간을 정복한 사나이 .. 2020.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