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구1 이기성 「살인자의 시집」 살인자의 시집 이기성 안녕 프랑수아, 당신이 보냈다는 시집을 기다렸어요. 오늘도 시는 도착하지 않았어요. 그사이에 나는 이사를 했고, 킁킁거리는 이웃들은 나의 우편함에 관심이 많아요. 프랑수아, 당신은 먼 나라의 시인이고, 나는 당신의 말을 몰라요. 그래도 당신의 시가 내게 도착했다면 나는 기뻤을 거예요. 모르는 나라의 말로 쓴 시가 나를 기쁘게 하다니, 놀랄 것도 같았어요. 프랑수아, 당신의 시집은 어디로 갔을까요? 당신의 혀에서 솟아난 말은 어디로 흘러갔을까요? 당신의 시가 밤하늘에서 한 글자씩 흩어져 내리는 꿈을 꾸어요. 하얀 말들이 창문에 쌓이고, 그것은 눈이 내리는 풍경보다 아름다울 것 같아요. 프랑수아, 나는 아침에도 기다리고 밤에도 기다렸어요. 어쩌면 당신의 시에서는 살인자가 눈 속에 피 묻.. 2017. 2.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