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브로, 숲 같은 서재, 자욱한 정원을 찾아 다시 읽어야 할 책들
지금 읽고 있는 소설 "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J. L. 카)은 겨우 260쪽 정도인데 읽기 시작한 지 보름이 가깝다.
이 책을 다시 읽어야 하게 되었다. '스카브로'라는 지명 때문이다. 문득 이 지명이 생각나서 어디에 어떻게 나왔는지 저녁에 읽은 부분을 아무리 살펴봐도 보이지 않았다.
다 읽고 나서 시간을 내어 다시 읽어야 한다.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은 참 좋은 소설이다.
그렇지만 읽고 있으면 꿈꾸는 것 같아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10여 년 전이었지? 진주 공항에서 탑승 시간을 기다리며 그 책을 읽다가 문득 마지막 주요 등장인물의 서재에 대한 설명을 다시 읽고 싶어서 앞으로 뒤로, 다시 앞으로 뒤로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언제든 그 부분을 찾아야 한다.
두 가지 번역본이 있으니까 읽지 않은 책에서 찾으면 된다. 그렇게 하면 헛수고라는 느낌은 아니겠지.
아모스 오즈의 자전적 소설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1"도 다시 읽어야 한다.
친지의 저택 정원에 대한 묘사가 몽환적이었는데(W. G. 제발트의 소설 "이민자들"에 나오는 정원과는 또 다르게), 그런 정원을 가졌으면 싶지만 '이루어질 수는 없는 꿈'이라도 분명히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찾게 되면 "나는 이런 정원을 가져보고 싶었어." 하고 말할 수는 있게 될 것이다.
다시 읽어야 이유들이 이렇다.
비생산적이지만 한시도 잊히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건지 올봄부터 책 읽는 속도가 아주 저조하다. 책을 곁에 두는데도 하루에 2, 30페이지밖에 안 된다.
당연히 읽고 싶은 책은 늘어난다. 전에는 생각해 둔 것이 늘 두세 권이었다면 지금은 그 열 배는 된다. 읽는 속도가 느려지니까 읽고 싶은 책은 당연히 그만큼 더 늘어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