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세상

부부, 부부싸움

답설재 2025. 5. 4. 21:29

StylishGirl의 블로그에서 캡처

 

 

 

찰리 채플린은 아인슈타인 부부 만난 일을 재미있게 써놓았다(《나의 자서전》686).

 

 

아인슈타인 부부가 1937년에 다시 캘리포니아에 왔을 때, 그들은 다시 한번 나를 찾아왔다. 아인슈타인 박사는 나를 보자마자 얼싸안았다. 그리고 저녁에 음악가 세 명을 데리고 올 거라며 내게 통고하듯 이렇게 말했다.

"저녁식사 후에 당신을 위해 뭔가 연주할 생각이오."

그날 저녁 아인슈타인 박사는 데리고 온 음악가 세 명과 함께 모차르트 사중주를 연주했다. 비록 그의 연주가 미덥지 않고 기교도 뛰어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몸을 흔들면서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그러나 다른 세 음악가는 아인슈타인 박사가 연주에 낀 것이 영 못마땅한 눈치였다. 그들은 박사에게 잠시 쉬라고 정중히 말하고 자기들끼리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 박사는 마지못해 자리로 돌아와 우리와 함께 연주를 감상했다. 그런데 그들이 몇 곡 연주를 끝냈을 때였다. 박사가 나를 돌아보며 속삭이듯 물었다.

"난 언제 연주하죠?"

음악가들이 돌아간 뒤에 아인슈타인 부인은 기분이 조금 언짢은지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 연주가 저들보다 훨씬 나았어요!"

 

 

블로거들은 부부간의 이야기, 특히 부부싸움 한 이야기는 잘 쓰지 않지만 내 블로그 친구 중에는 부부간의 이런저런 일들을 잘 쓰는 여성분이 두 분인데 놀랍게도 아주 자연스러워 댓글을 단다는 핑계로 끼어들기까지 할 수 있어서 때로는 부럽기도 했다.

 

한분은 부부간에 서로의 성향을 단 1도 버리지 않고 수십 년째 잘만 산다. 싸움 한 이야기를 읽을 땐 '아이고! 이거 무슨 결단이 나는 것 아닐까?' 싶다가 이튿날이나 그다음 날 서로 화해한 걸 보면 아슬아슬했던 내 마음이 눈 녹듯 가라앉는 걸 경험하게 한다.

나는 그처럼 멋지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이치에 대해 전혀 짐작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감탄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질 뿐이다.

 

다른 한분도 자녀들이 다 성혼한 부부인데, 이분들은 마치 신혼처럼 '귀엽게'(? 닭살 돋게? 애교스럽게? 에라, 모르겠다 '귀엽게') 지내는데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기교(방도)를 알아낼 길이 없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텐데 괜히 간섭하길래 뭐라고 했더니 전화를 확 끊어버리고 집에 와서는 말도 안 하네, 헐." 그렇게 쓰기도 하고 "한 번만 더 건드렸다간 봐라!" 그렇게 써놓고는 'ㅎㅎ'를 붙여둔다.

이분들은 오늘도 깨를 볶고 있겠지.

 

그럼, 아인슈타인 부부도 이렇게 살았나?

모른다. 부부간에 잘 지낸 이야기 같아서 옮겨봤다.

아인슈타인은 1903년에 대학 시절부터 사귀던 밀레바 마리치와 결혼했는데 1919년에 이혼하고, 당장 과부였던 사촌 엘자 아인슈타인 뢰벤탈과 재혼했다.

저 위 1937년의 이야기는 두 번째 부인과의 일화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인슈타인 책 중 유일하게 연보가 실린 책(《E=mc²》생각의나무, 2003)을 보면 두 번째 부인인 엘자 뢰벤탈이 1936년에 사망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 찰리 채플린은 1937년에 그들 부부를 두 번째로 만났다고 저렇게 써놓았으니 나로서는 뭐가 뭔지 알 도리가 없다.

혹 찰리 채플린을 만날 때 다른 여자를 데리고 갔나? 「아인슈타인은 못 말리는 바람둥이?」라는 신문기사도 있긴 하지만(한겨레, 2006.7.11).

 

그렇다 해도 사람들 말을 다 믿을 건 없다. 아인슈타인이 두 번째 부인이 죽고 나서 혼자 산 걸 두고도 말이 많다. 그는 독신 생활을 좋아했다느니 과학과 철학에 몰두하면서 자유를 구가하는 삶을 선호했다느니… 아, 그렇다고 믿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다만 부부간의 이야기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 가지만 덧붙이면 그 연보에는 1952년에 이스라엘의 수상직을 제안받았지만 아인슈타인은 사양했다고 한다. 속으로 그랬을까? '나라를 과학으로 다스릴 수는 없는 거야!'(나 같으면 가슴이 벌렁벌렁하는 상태에서 "그럼 그렇게 해볼까요?" 그랬겠지?)

 

StylishGirl이라는 분이 가지고 있는 아인슈타인 사진들을 더 보려면 이리로 가면 된다.

 https://blog.naver.com/melong0466/2235659607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