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럼 막말 좀 하자
"노인네들 너무 오래 살아... 빨리빨리 돌아가셔야."*
야단이 났었다.
이런 말도 있었다. "여성들을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끼는 데 기여할 것."**
정치적 혹은 행정적인 문제가 연계되어 있어 논란의 경과를 이야기하기는 싫다.
당시 견해가 같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견해가 같거나 다르거나'보다 그 견해를 피력한 사람이 어떤 입장이었는지 그게 궁금했다.
이런 입장이었을 수도 있겠지?
'좋아! 이제 내 입지가 이 정도일 때 오랫동안 품어온 생각을 밝혀야 해!'
아니었을까? 그럼,
'이 생각을 터뜨리면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지겠지? 멋진 사람이 혜성처럼 나타났다고 열광하겠지?'
이것도 아닌가?
'이 제안을 하면 나는 몰매를 맞겠지? 그래도 나는 가야 해!'
그러진 않았을 것 같다.
그럼 뭐지?
평소 그의 견해를 듣고 있었던 주변인들은 왜 견제나 조언 같은 걸 해주지 않았을까?
'그렇더라도 이 사람아, 어떻게 그런 말을 드러내어 할 수가 있겠나. 꾹 참고 생각만 하게.'
혹 '가만둬! 저 인간이 추락하고 망하는 꼴을 봐야 해!' 했나?
두 가지 경우에 대해 관련 학자들은 어떻게 해석하는지도 궁금하다. 그걸 알면 향후 유사한 경우가 있을 때 나도 적극적인 해석을 할 수 있겠는데……. 이래서 배워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겠지.
결국 나는 흐리멍덩하다.
확실한 건 나의 경우다.
나는 이 세상 사람들이 일단 남녀로 구분되어 거의 그 성별 그대로 살아가지만 어린애, 청소년, 청장년, 노인으로 구분되기도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면서 노인들을 외면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멀쩡하던 내가 노인으로 변해버린 걸 알아차렸다. 노인이 된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이건 정말이지 억울하고 어이없는 일이었다. 내가 노인이라니! 말이나 되는가!
어이없다는 건 다들 짐작할 수 있겠지.
억울하다는 것도 설명하기 싫다. 호소해봤자 바로잡아 줄 사람도 없다. 하여간 이런 이유도 있다. 나는 공직에 있으면서 피가 쏟아지도록, 걸핏하면 지쳐서 인사불성이 되도록 일했다. 놀지 않았고 놀 수도 없었다. 바캉스, 호캉스도 가지 않았다. 바닷가나 호텔에서 나를 발견한 사람이 있으면 증거를 대어보라! 그러다가 하필이면 (관계기관에서는 다행이라고 하겠지만) 다 마치고 고질병에 걸린 걸 의사가 발견해서 죽는 날 아침까지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신세로 결정되었다. 이것이 거짓인지 참인지 확인해야 하겠다는 사람은 내가 그렇게 일한 걸 다 지켜본 사람들이 사라지기 전에 얼마든지 알아보기 바란다.
아울러 나에게는 너무 오래 살았다느니, 빨리 죽어야 한다느니 하는 어처구니없는 말은 하지 않기 바란다.
다른 노인의 경우는 모르겠다. 그 노인에게 들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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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023.12.28. 등. ** 2024.6.3. ○○TV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