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

교사가 세일즈맨의 수완을 발휘했더라면

답설재 2025. 4. 14. 08:00

↑ 위는 영화 《모던 타임즈》 디스켓 표지(일부)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479쪽(부분)

 

 

 

나는 채플린을, 영화 《모던 타임스》의 콧수염을 단, 우스꽝스럽게 걷고 확실히 좀 모자라는 듯한 그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자서전을 읽으며 여러 번 머쓱했고 미안했다.

 

 

과목 중에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것도 있었다. 특히 산수가 그랬다. 덧셈과 뺄셈을 배울 때는 점원이나 현금 출납계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거스름돈을 계산할 때는 배운 게 도움이 됐다.

역사는 강자와 폭력의 기록이었다. 대부분 누가 언제 왕을 시해했다거나 아니면 왕이 왕비나 형제 또는 조카 등 친인척들을 죽였다는 얘기뿐이었다. 지리는 한 마디로 지도 찾기였고, 시는 기억력 훈련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지식은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만약 누군가 세일즈맨 같은 수완을 발휘해서 각 수업마다 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단순 사실만을 나열하지 않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가르쳤다면, 숫자의 묘미로 나의 흥미를 자극하거나 지도를 펼치더라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덧붙이거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거나 시가 갖고 있는 음악적 요소를 제대로 가르쳤더라면, 나는 아마 학자가 됐을지도 모른다.

 

 

찰리 채플린이 그의 자서전에 써놓은 학교교육 이야기다. 그러니까 1890년대 영국 빈민가 학교교육 실상이었을 것이다.

영국의 학교교육은 지금도 더러 이런 수준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교육을 당시의 찰리 채플린이 보면 뭐라고 할까?

우리는 지금,

 

① 채플린이 이상적 교육으로 제시한 대로, 학생들이 각 수업마다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단순 사실만을 나열하지 않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 숫자의 묘미로 흥미를 자극하고, 지도를 펼치더라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덧붙이고,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고, 시가 갖고 있는 음악적 요소를 가르치고 있다.

② 이상적 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적어도 이 수준은 탈피했다.

이 수준을 탈피하려고 애쓰고 있다.

좀 다르긴 하지만 거의 이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물음에 대한 답도 ① 아니면 ④로 완전 갈라지려나?

두렵다.

아무래도 내 생각은 나만 아는 비밀로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두려워서 그러니까 양해들 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