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은 이야기

에드먼드 버크 《숭고와 아름다움의 이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

답설재 2025. 4. 7. 08:23

 

 

 

에드먼드 버크 《숭고와 아름다움의 이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

김동훈 옮김, 마티 2009

 

 

 

제2부 제1절 숭고에 의해 유발되는 감정에 관하여

자연 속에 존재하는 거대하고 숭고한 사물이 불러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감정은 경악(astonishment)이다. 경악은 우리 영혼의 모든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정지된 상태를 말하는데, 거기에는 약간의 공포가 수반된다. 이 경우 우리의 마음은 그 대상에 완전히 사로잡혀 다른 어떤 대상도 생각하지 못하고, 우리 마음을 사로잡은 그 대상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도 없다. 여기에서 숭고의 엄청난 힘이 생겨난다. 숭고는 이성적 추론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앞질러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우리를 몰아붙인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숭고의 효과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은 경악이며, 그보다 약한 효과는 경탄과 숭배, 존경이다.(105)

 

 

제4부 제1절 아름다움에 관하여

제3부의 목표는 아름다움을 숭고와 구별하여 고찰하고 그 과정에서 아름다움이 숭고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이에 앞서 아름다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이미 제기한 견해들을 간단하게 검토하기로 하겠다.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이런 견해들로부터 어떤 확정된 원리를 끄집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비유적으로, 그러니까 아주 불명확하고 모호하게 말하는 데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선 말하자면) 나는 아름다움을 사랑이나 그와 유사한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대상 속에서 발견되는 성질이라고 생각한다. 주제를 가장 단순화시켜 논의를 진행시키기 위해 이 정의를 우선 사물의 순전히 감각적인 성질에만 적용키로 하겠다.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호감을 갖게 되어 그에 끌리게 되는 여러 가지 이유를─그것들을 그저 보기만 해도 그것들이 우리에게 직접 행사하는 영향력이 아니라─다른 어떤 부차적인 것들에서 찾는다면 언제나 혼란을 느끼게 되고 말 것이다. 나는 사랑을 어떤 아름다운 사물을─그것이 어떤 종류이든 간에─바라보면서 마음속에 생겨나는 만족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욕구나 욕망과 구별한다. 욕구 혹은 욕망은 대상을 소유하도록 우리를 부추기는 정신적 힘이다. 이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대상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눈에 띌 정도로 아름답지는 않은 어떤 여자에 대해서도 강한 욕망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나 동물 속에 존재하는 가장 위대한 아름다움은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는 하지만 아무런 욕망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이 불러일으키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욕구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때로는 욕구가 아름다움이나 사랑과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그것은 보통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랑이라 부르는 것에 수반되는 저 폭풍우같이 맹렬한 감정과 그 결과로 일어나는 신체적 흥분상태를 가리키지 아름다움 그 자체가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가리키지는 않는다.(143~144)

 

 

이런 글이 백 편쯤 된다.

이 책을 2010년에 강남 교보문고에서 제목 보고 사놓고 읽다가 말고 읽다가 말고 했다.

집중적으로 읽어도 좋을 책,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을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