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은 이야기
김춘추 「비공개 문건」
답설재
2018. 3. 31. 22:09
비공개 문건
김춘추
제목: 집단 민원 발생에 관한 건
수신: 옥황상제
발신: 염라대왕
발송일: 단기 4345년 12월 23일
아직 어려 이승도 저승도 분별 못하는 가잿골 출신 망자들이 다음과 같은 민원을 제출하였기에 이를 보고함.
다 음
숨이 찬다. 일 억 모아 줄게. 가재 두어 두름만 잡아와 다고.
고, 애띤 것이 뒷걸음질로 맥힌 숨통을 팍 뚫어 줄낀깨 기십 년은 더 살 꺼 앙이가. 올 때 참한 가잿골 바람도 한 자루 덤으로 메고 와 다고. 숨이 찬다.
추신: 본인이 직접 가잿골을 방문 확인한 결과 쌔고 쌨던 가재는 씨가 말랐음. 다이옥신만 지천이었음. 물론, 달 탐사 때 쓰던 마스크를 잊지 않았음. 끝.
제목: 상기 건에 관한 답신
수신: 염라대왕
발신: 옥황상제
발송일: (지워져 보이지 않음)
올 것이 왔다. 귀하의 영토도 노출되었음. 속수무책이다. 식솔을 거느리고 즉시, 안드로메다로 이주하라. 행운을 빈다. 끝.
1998년 6월에 나온 이 시집을 중고서점에서 구입했습니다.
표지 안쪽에 "○○○ 팀장님 혜존" "◇◇◇ 올림" "6.15.98"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팀장님'에게 선사한 이 시집이 어떤 사연으로 그 서점으로 왔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한 편 골라서 옮겨놓았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합니다.
정말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