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세상

철학, 철학자

답설재 2017. 11. 10. 09:04







철학, 철학자















  충돌한 차들이 죄다 잿빛으로 보였다. 묘하다.

  철학자들이 이전의 개념과 이론을 해체하는 방식을 난 좋아한다. 그 해체 작업은 수세기에 걸쳐 이어져 왔다. 아니, 그런 식이 아니야, 이런 식이지, 라고 철학자들은 말한다. 그렇게 계속 이어져나가는데, 이 이어져나감이 매우 사리에 맞아 보인다. 철학자들의 주요 과제는 자신들의 언어를 인간화하는 것, 그걸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거다. 그리 되면 생각은 더 환한 빛을 내면서 더 흥미로워진다. 내 생각엔 바로 이걸 철학자들이 배워나가는 것 같다. 단순성이 핵심이다.






  찰스 부카우스키(Henry Charles Bukowski)의 일기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The Captain is Out to Lunch and Sailors Have Taken Over the Ship(1998)에서 옮겼습니다.1


  이 부분을 읽으며 철학보다 더 재미있는 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걸 두고 하필이면 모두들 나보다 더 잘 아는 교육을 직업으로 삼아 사십여 년을 지냈으니! ㅉㅉㅉ.'

  하기야 교육대학을 가기 전에는 철학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아니, 철학은 이미 철학자가 된 사람들(가령 소크라테스)만이 할 수 있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철학을 했더라면 우선 남들이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닐(단순하고, 누추하고, 허접할 것이 분명한) 이 삶이 왜 이렇게 끝까지(!) 나를 괴롭히는지부터 밝혀 위안을 삼을 수 있었을 것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1. 설준규 옮김, 모멘토, 2015, 102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