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책

『초등학교 교육과정 해설』

답설재 2015. 7. 21. 10:44

교육부, 『초등학교 교육과정 해설

대한교과서주식회사, 1998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과정 해설도 같은 내용으로 편집되었습니다.

 

 

 

제7차 교육과정은 지긋지긋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개인적 소감인데, 그만큼 애정도 깊었습니다. 이런 걸 두고 애증이 함께한다고 하는 것일까 싶습니다.

 

이 교육과정 해설서 필자 세 사람 명단에 제 이름도 들어 있는 건 오랫동안 영광이었지만, 그 교육과정의 적용 때문에, 그 고달픔으로, 자칫하면 죽어나갈 뻔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이건 농담이 아닙니다. 그걸 생각하면, 이 정도의 영광 가지고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무얼 어떻게 하겠습니까?

 

 

 

 

2005년이었을 것입니다. 정년(停年)이 얼마 남지 않은 때였고, 교장으로 나간 이듬해였습니다.

3월초가 되자 신임교사가 몇 명 와서 학교 앞의 근사한 식당에서 그들을 환영하는 점심식사를 했는데, 맞은편의 아리따운 초임교사 한 명이 물었습니다.

"교장선생님 이름이 ΟΟΟ이라고요?"

"아, 예. 그렇습니다."

"교육과정 해설에도 그런 이름이 있는데……"

"아, 그래요? 동명이인(同名異人)인가? 그나저나 그 자료를 읽고 외우느라고 고생 좀 하셨지요?"

내가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물었습니다.

"그럼요! 여덟 번이나 읽고 외우고 해서 임용고사에 합격했으니까요! 책을 펼칠 때마다 도대체 이런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했어요."

"미웠겠지요?"

"밉기도 하고…… 이런 사람은 뭐 어떤 사람인가 했죠."

그때쯤에는 신임교사들이 너도나도 뭐라고들 하는데 교감이 나섰습니다. 더 두었다가는 듣기 거북한 말까지 나올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한 것이겠지요.

"그분이 바로 이분이에요."

 

 

 

 

이젠 소용도 없고 해서 그때 정부에서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그야말로 피땀으로 만든 수많은 자료들을 다 버렸는데 이 자료는 한 권 가지고 있습니다. 한동안 전국적으로 돌아다니며 그 초임교사의 여덟 번보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강조하고 하던 내용들이 들어 있는 눈물겨운 흔적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