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세상

공이나 뻥뻥 찼으면...

답설재 2011. 12. 23. 14:13

 

 

외손자가 썼습니다. 저녁을 먹고 앉아 있는데 녀석이 숙제를 했다면서 이걸 보여주었습니다.

 

 

 

안부 인사

 

 

학교에 갈 때는

레고 병정들이

"안녕, 굳모닝!"

 

학교에서 돌아오면

식물들이 반짝이며

"힘든 일 없었니?"

물어본다.

 

학원가방을 들자

벽지속의 거북이가

"발표 잘해!"

격려하고

 

터벅터벅 돌아오자

물고기가 반긴다.

"어서 와!"

 

나는 이제

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나 없어서 심심했니?"

 

 

 

그러지 말고(이런 건 대충대충 하더라도),

그렇다고 3학년 때까지처럼 더러 아이들과 씩씩대며 싸우지는 말고,

그저 공이나 뻥뻥 찼으면 좋겠습니다. 전에는 그런 것 같았는데,

책을 들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정신이 없습니다. 이 아이는 크리스찬이니까 크리스마스라고 책 네 권을 선물로 보냈더니 저녁에 전화로 이미 두 권은 다 읽었다고 했습니다.

 

'나는 지금 이 아이가 이런 글을 쓰는 걸 좀 못마땅해 하는가?' 생각하다가 '나처럼 약골로 살아가지 말고 공이나 뻥뻥 차며 살아가면 더 좋겠다는 거지' 생각했습니다. 진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