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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159

「CCTV 설치율 95.9%」 「서울지역 학교 CCTV 설치율 95.9%」1 '서울 교장들은 참 좋겠다' 싶습니까? '4.1% 학교 교장은 CCTV도 달지 않고 도대체 뭐 하고 있나' 싶기도 합니까? 언젠가…(이젠 옛날 얘기하듯 하게 되었습니다)… 교장회의에 참석해본 적이 있습니다. 생활지도가 문제가 된 때였습니다. 이른바 '생활지도 전문'이라는 교육장이란 녀석이 그 당시에 일어난 사건 몇 가지를 소개하더니 호기롭게2 주문(注文)했습니다. "교장실에서 뭐 합니까!" "하루에 몇 차례씩 순시를 하세요! 아이들이 언제 교장이 나타날지 모르도록 자주 순시를 하면 그곳에서 나쁜 짓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나, 참... 그럼 나쁜 짓은 다른 곳에 가서 하게 하란 뜻이었을까요? 순시나 자주 하는 것이 교장의 주요 역할이라면 그걸 무슨 교육의 .. 2010. 4. 29.
한국교육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시간 엄수, 복종, 기계적인 반복작업.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30년 전인 1980년에 그의 저서『제3의 물결』에서 '현대산업사회 교육'을 이렇게 특징지었습니다. 좀 가혹한 평가일까요? 전 세계적으로 앨빈 토플러의 그 지적을 아직도 고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지 않을까요? 시간엄수, 복종, 기계적인 반복작업! 그는 한국에 대해 자주 언급합니다. 자신의 말을 곧이 듣지 않는 나라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까요? 그럴 리는 없겠지요. 그냥 '그 참 희한한 나라구나!' 싶겠지요. 또 그렇게 언급하면 자신의 책이 더 잘 팔리고 인터뷰나 강의 요청이 더 많아질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자료를 정리하다가 2007년 9월 20일, 신문에 보도된「"평등·획일화 … 한국교육 미래와 정반대로 가"」라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2010. 3. 28.
체험학습과 수학여행 체험학습과 수학여행 지난 수요일에는 익산을 다녀왔습니다. 그곳 H 초등학교 H 교감선생님께서 차를 태워주셔서 미륵사지 앞을 지나갔습니다. 미륵사지는 최근에 새로 복원하고 다듬어 멋진 학습장이 된 곳입니다. "이제 여러 곳에서 미륵사지로 체험학습을 많이 오겠네요?" "…… 글쎄.. 2010. 3. 26.
타임지(誌)「중퇴자들 시대 열린다」 신문에 「향후 10년, 학교 중퇴자들 시대 열린다」는 기사가 실렸다(조선일보, 2010. 3. 16, A2) 그 얘기만 옮겨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가 '앞으로 10년을 장식할 트렌드 10선(選)을 소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학교 중퇴자 경제'(dropout economy) 시대가 온다는 대목이다. 그전까지 중산층 부모가 자식에게 건네는 말은 한결같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 마치고 취직하거라." 하지만 시대는 바뀌고 있다. 미국내 고교 중퇴자는 날로 늘어 2006년 이미 10명 중 3명꼴이었다. 이미 많은 젊은이 눈에 대학은 너무 비싼 신분 표시 인증기다. 청소년 중 3분의 1가량이 대학을 안 간다. 제도권 교육이 불신받으면서 새로운 학습과 삶의 방식에 대한 실험은 더욱 늘어날 .. 2010. 3. 24.
학교는 정말 없어지는가? '학교는 정말 없어지는가?' 이 문제에 집중해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습니다.『앞으로 50년 The Next 50 Years』이라는 책을 읽은 후에 골똘해졌습니다. 존 브록만이라는 학자가, '세계 최고 과학자들이 던지는 과학과 인간의 미래에 관한 25가지 질문들'에 대한 글을 모은 책입니다. 이 블로그(「책보기」)에서 지난해 11월 29일, 12월 1일 두 차례로 나누어 소개한 책입니다. 25가지 글 중에서도 특히「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로저 샨크)와「빛살 속으로」(데이비드 갤런터)의 글이 눈길을 끌었고 내내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로저 샨크의 글 중에는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책보기」에 이미 옮겨놓은 부분들을 다시 옮깁니다. 이번에는 '학교는 정말 없어지는가?'에 주안점을 두고 읽을 수 있을 것입.. 2010. 3. 22.
교장의 눈, 교장의 가슴 어느 신문의 칼럼입니다.1 * 미국 소설가 잭 런던이 다니던 초등학교에선 매일 아침 전교생이 15분 동안 합창했다. 노래부르기를 싫어한 잭 런던은 한번도 입을 벙긋하지 않았다. 화가 난 교사가 고집불통인 그를 교장에게 데리고 갔다. 아이의 특성을 알아본 교장은 야단을 치는 대신 숙제를 내줬다. 매일 아침 15분 동안 글짓기를 한 편씩 해서 제출하라는 거였다. 그는 교실에서 자연스레 글쓰는 습관을 키웠다. 획일적 교육이 아니라 학생의 다양성을 중시한 교장 덕분에 훗날 작가가 됐다. * 교장은 배의 선장과 같다. 어떤 교장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배우느냐에 따라 인생항로가 달라진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딴 모태범 이상화 선수는 빙상 명문으로 꼽히는 서울 은석초등학교 동창이다. 이 학교 빙상부는.. 2010. 3. 9.
박지영(단편소설) 『청소기로 지구를 구하는 법』 신춘문예작품으로 뽑힌 시(詩) 중에는 잘난 체하는 경우가 보였다. 도대체 어떤 감동을 주려고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단편소설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딱 한 편으로 자신의 재주를 보여야 하니까 그렇게 잘난 체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올해 조선일보 신춘문예 작품 중에서 박지영의 단편소설 『청소기로 지구를 구하는 법』은 참 재미있었다. 우선 잘난 체하지 않아서 읽기가 편했다. 청소기 A/S 기사 얘기였다. A/S를 해주러 돌아다니며 인간들의 불합리한 짓거리들을 보고 '이 지구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단정하여 타락한 이 지구를 -청소기로 먼지를 다 빨아들이듯- 싹 쓸어버리고 싶어하던 남자가 따뜻한 시선을 가지기까지의 이야기라고 간추릴 수 있겠다. 굳이 주제를 보여주는 장면을 찾으라면 다.. 2010. 1. 3.
댄스왕, 눈싸움왕, … 얘들이 지난번 재동이 대회에서 선발된 아이들입니다. 가령, 오목왕, 단거리달리기왕, 공기놀이왕, 칠교놀이왕, 체스왕, 팔씨름왕, 성냥쌓기왕, 댄스왕, 눈싸움왕 ……. 애들에게 맡겨두면 혼자 잘난 체하지 않고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멋진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나는 그런 왕들에게 상을 주는 교장이니까 어쨌든 대단하지 않습니까? 2009. 12. 8.
재동이 선발대회 작년에는 다음과 같은 26개 종목에서 재동이를 선발했습니다. 올해도 한두 가지 종목이 바뀌어 그대로 실시 되었습니다. • 콩줍기(31명) • 오목 (58명-두 반 편성) • 단거리달리기(27명) • 영어골든벨퀴즈(15명) • 개인줄넘기(17명) • 공기놀이(45명) • 창의학습지(15명) • 책표지구성하기(19명) • 후프돌리기(89명-교사 두 명 배정) • 칠교놀이(16명) • 긴줄넘기(40명-교사 두 명 배정) • 4행시짓기(25명) • 리코더연주(17명) • 농구공던지기(17명) • 종이접기(18명) • 팔씨름(26명) • 성냥쌓기(12명) • 만화그리기(26명) • 투호던지기(34명-교사 두 명 배정) • 댄스경연(42명-교사 두 명 배정) • 종이컵쌓기(17명) • 체스(49명) • 장기(23명.. 2009. 11. 21.
교장실 연가(戀歌) Ⅰ 가을 독서축제 때 잘한 아이들에게 상을 주었습니다. 몇 명만 조회 때 주고 쉬는 시간마다 학년별로 수십 명씩 교장실에서 주었습니다. 공연히 힘들인다고, 힘들게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기분 좋고, 재미도 있습니다. 내가 상장을 준다는 것이 자랑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장을 주고 꼭 악수까지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상장 끝에 내 이름이 있으니까 내가 직접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참 볼품 없는 교장이지만, 내 방을 다녀간 그 아이들 중에 혹 자부심을 갖게 되고, 혹 내 방에 와서 상장 받은 일을 오래 기억하고, 혹 다음에 또 내 방에 올 일을 만드는 아이가 있다면 그건 참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사진은 L 선생님이 찍었습니다. 사진을 참 잘.. 2009. 10. 12.
"대박이야!" 우리 학교에서는 30가지에 가까운 방과후 학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 오남읍이 서울에 비해 문화적으로 볼 것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입장에서라면 당연히 학교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그러한 활동 중에는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되는 종목이 많지만, 예를 들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영화부, 연극부, 만화에니메이션부, 합창부는 지난해부터 희망하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프로그램입니다. 담당 부장선생님(나영채)은 공짜로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신청하는 분이어서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더불어 행복한 거지요. 우리 양지초등학교 영화부(4~6학년, 12명)에서 만든 4분짜리 영화 한 편 보십시오. 교장이라서 그런지 이 작품 『대박이야!』가 텔레비전에서 본 『맘마미야』보.. 2009. 10. 8.
학교는 망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도 망할 수 있습니다. 내 표현은 ‘망할 수 있다’는 정도지만, 나보다는 ‘한참’ 더 똑똑한 게 분명한 예일대학의 데이비드 갤런터David Gelernter는 아예 이런 생각입니다. “세계 대학의 95퍼센트는 50년 내에 사라질 것이다.” 그 까닭에 대해서는 이렇게 썼습니다. “사회가 오랫동안 ‘그래? 그러면 낡은 쓰레기라도 가르치는 게 낫겠군’ 하고 반응할 리는 없을 것이다. 사회는 ‘그래? 그러면 더 이상 영문학과는 필요 없겠군’이라고 반응할 것이다. 물론 초등학교도 사라질 것이다.” 어제 방학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돌아간 다음 선생님들은 ‘면면히 이어온’ 우리의 전통대로 회의실에 모였습니다. 내가 내려갔을 때는 의례적인 전달사항은 이미 다 전달된 뒤였으므로 이제 ‘교장선생님 말.. 2009.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