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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편지41

어느 학부모의 작별편지Ⅱ 교육경력 41년의 마지막 한 주일 중 화요일이 가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이사회에 나갔고, 오후에는 그 재단에서 발행하는 계간 『교과서연구』지 편집기획위원회를 개최했습니다. 그 위원회는 제가 위원장입니다. 아직은 교장이니까 '출장'이고 이런 출장은 '여비 기권'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교육부 직원이나 대학교수, 연구기관 학자 등 여러 사람들이 "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 하고 불러도 아직은 어색하지 않지만, 며칠 후면 당장 달라질 것입니다. 아직도 저를 보고 옛날처럼 "과장님" 혹은 "장학관님" 하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색한 것은 당연합니다. 쑥스러운 편지를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이런 소개도 이제 앞으로는 없을 것입니다. 교장선생님께 안녕하세요. 학부모 대표 ○○○.. 2010. 2. 23.
어느 어머니의 작별편지Ⅰ- 어느 모임에서 '퇴임연'을 해준다기에 그 백화점 앞 한 식당에 갔다가 들어왔습니다. 교육경력 41년의 마지막 한 주일 중 월요일이 가고 있습니다. 그걸 아무도 심각하게 여겨주지는 않지만, 나로서는 무슨 글을 쓰자기도 그렇고, 무슨 생각을 깊이 해보기도 그렇고 참 어중간합니다. 그래서 지난 주에 받아둔 편지를 열어보았습니다. 이걸 소개하기가 쑥스러운 건 당연하지만, 이 '어중간한' 시간을 이 편지를 실어두는 것으로 메우려고 합니다. 편지를 소개하게 되었지만, 나는 이런 편지를 보면서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나 누가 저를 '특별한 관점'을 가진 교장이라며 저에 대한 편지 같은 걸 좀 써주려니 했었습니다. 그건 착각이었습니다. 이 시간이 '어중간하다'는 것은, 나로서는 허전하고 쓸쓸하다는 의미입니다. 교장선생님!.. 2010. 2. 22.
어느 교사 며느리의 설날 설 쇠고 왔습니다. 선생님 메일을 지금에야 확인했는데, 선생님 뜻을 거스르지는 않은 설을 지내고 와서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잘 하지는 못하지만, 이래저래 서운하고 힘들고 속상한 것들……. 다 속에 묻고 입을 잠그고 약간 가식적이나마 웃음도 띄우며, 그렇게 가족들에게 필요한 사람 역할을 하고 왔습니다. 제 진심은 그다지 기쁘지는 않습니다. 선생님이니까 탁 깨놓고 말해서 말이에요. 나는 상대를 배려해서 사는데, 상대는 나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저를 우습게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예전 사촌들과 고샅길을 누비며 뛰어다니던 그 명절의 기분은 이미 잊혀진 지 오래입니다. 서글퍼서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명절이란……. 나탈리 골드버그라는 사람이 쓴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 2010. 2. 19.
부총리님께 -다시 아산병원을 다녀와서 - 아침에 병원 창 너머로 내다본 한강 위로 오늘도 또 눈발이 날리더니 종일 오락가락했습니다. '강원 산간은 눈폭탄'이란 기사가 보이니 부총리님 계신 곳은 더하겠지요. 그 골짜기에서 괜찮으신지요? 지금 이 시각에도 눈이 내립니까? 택배회사에 주소와 전화번호를 잘못 알려주어 연락이 왔었습니다. 혹 도움이 될까 싶어서 "그분이 부총리님"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해놓고는 뭔가 제 얄팍한 의도를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이제 '정말로' 담배를 끊었습니다. 결재를 받으며 지내던 그 시절, "요즘은 덜 피우는가? 냄새가 덜 난다." 하실 때마다 "예" 하고 대답하던 제 능청이 너무나 송구스러웠습니다. 그 이후 최근까지도 호기롭게, 때로는 심지어 '행복한' 마음으로 담배를 피워대면서도 전화나 이메일로 그걸 물어.. 2010. 2. 12.
"교장선생님"(어느 교사의 처방전) 2008년 가을부터 시름시름 불편하여 몇 달 간 이 사람 저 사람으로부터 '인사치레'를 받다가 보니까 여러 사람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 편지도 받았습니다. 읽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다 알리는 없지만 스스로 가까이 와 있구나. 그렇지 않으면 이런 분석이 가능하지도 않겠지. …….' 교장선생님. 감기가 꽤나 오래가서 고생하고 계셨네요? 제 생각에는요, 교장선생님께선 마음에 '화'라고 표현해야 할지 아님 '스트레스'라고 표현해야 할지 확실하진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이야기하는 유일한 병 '화병', '스트레스 병'을 가진 것 같아요. 제가 의사가 아니라서 함부로 진단하면 안 되지만, 지금까지 너무도 숨 가쁘게 달려오신데다가 따님의 결혼으로 생각하실 부분이 많았을 것 같고, 주변 사람들이 교장선생님의 생각을 따.. 2009.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