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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편지41

박광수 『광수생각』 한강변에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와 울긋불긋 조금조금씩 달라지는 나뭇잎들이 가을의 한가운데 있음을 알려줍니다. 선생님.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힘겹게 투병중이신 걸 알면서도 걱정을 덜어내려는 저의 이기심으로 늘 평안하시기를 기도한답니다. 유난히 비가 많아 한여름의 시끌벅적보다는 조금 우울했던 여름이 가고 맞이한 가을이라 그런지 시간의 지남이 무척 아쉽고 서운하기까지 합니다. 서점에 갔었어요. 이것저것 보다가 책 제목이 맘에 들어 샀습니다. '광수생각'으로 유명한 박광수 씨의 글과 그림과 애틋한 사랑 詩가 담겨 있더군요. 읽다가 빙그레 웃고 조금 애틋하기도 하고… 이 가을 편하게 (이런 걸로 걱정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후략)… '광수생각'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보십시오. 벼룩.. 2010. 11. 4.
'교원평가'에 대한 생각 '교원평가'에 대한 생각 선생님! 지난 주 선생님을 뵈러 가는 길은 소풍을 가는 아이처럼 설레임이 가득했고, 돌아오는 길은 왠지 모를 아쉬움과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선생님은 작으신(?) 키지만 카리스마 있으시고 강단이 있으셨는데 분명히 약해지신 모습이 염려되었어요... 이제 성.. 2010. 7. 28.
S 교사의 유월 S 교사의 유월 "아무리 이름 없이 살아가는 여인일지라도, 아이를 낳아 이 세상의 일원이 되게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여자는 이미 인간의 중심이며, 세상의 빛이며, 빛의 한가운데라는 사실을 나는 죽음의 문턱을 넘어선 후에야 깨달았다." 가끔 아이를 낳던 그 때를 떠올린 적이 있어요.. 2010. 7. 11.
멋진 학생 ○○에게 멋진 ○○에게 ○○야, 특목고에 가려고 한다며? 어머님께서 내 블로그에 들어와 그러셨어. 내가 정확하게 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학교에서 영어와 자기주도적 학습에 대한 심사를 하겠다는 취지로 벌써부터 모의전형서류를 보내라고 하는데, 당장 전 학년 내신성적과 학습계획, 봉사활동, 독서.. 2010. 6. 30.
소녀 '생각하는 자작나무'가 보낸 그림엽서들 2010. 6. 22.
아이들이 주연이라는 선생님 아이들이 주연이라는 선생님 세상이 교사를 우습게 여기기도 합니다. 자기네들 멋대로 이야기하는 걸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세상이 교사를 아무리 우습게 여겨도, 교사는 아이들만 상대하며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다른 것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과 사는 것만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주연(主演)이라는 교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사실은, 그런 교사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아니, 대부분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들이 아무 말 않고 있어서 사람들이 잘 모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그런 교사들을 만나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그 교사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장이라는 사람도, 그들을 잘 알아보지 못하기도 하니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제 사정을 좀 얘기하면, 저는 공교롭.. 2010. 6. 6.
☆☆의 손편지 손으로 쓴 편지를 받았습니다.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옮겨놓기로 했습니다. 선생님께 일요일 저녁 8시 37분. 오늘처럼 볕이 좋은 날, 오후에 ○○대 잔디밭에서 내내 공을 차고 논 세 녀석은 버얼써 잠들었구요, 아이들 아빠도 출근을 위해 ◎◎으로 들어가고, 좀 이른 저녁시간이지만 대충 정리하고 방 한 켠 앉은뱅이책상에 앉는 행복한 순간이 왔습니다. 놀토가 더 피곤합니다, 저에게는. 금요일, 수목원에서 전화를 받던 그 순간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생각해보곤 하면서, 문득 감정의 새싹이 돋듯 약간 간질거리면서 가슴이 충만해져오는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선생님께서 여유가 생기시고 좀 자유로워지시니까 표현도 매우 free하시구나.’ 생각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던데요. 선생님. 메일보다 손편지가 훨씬 제.. 2010. 5. 18.
요즘 학교는 어떻습니까? "퇴임을 하니까 편하시죠?" "아니요. 학교가 그리워요. ……. 요즘 어떻게 지내요?" "짐작하시잖아요. ……. 교사들 중에는 요즘 학교가 미쳤다고도 해요." "설마……. 그건 과격한 표현이죠. 불만은 언제나 있어왔잖아요. 불만이 없는 사회는 있을 수도 없고……." "……. 어쨌든 그래요." 학교에서 마음 편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를 기원합니다. 교장이나 교사들이나 가르치는 쪽의 마음이 편해야 아이들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습니다. 저로서는 세금으로 마련된 봉급을 41년간이나 받은 '학교'입니다. 이런 편지는 어떻습니까? 이 정도는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위로를 해주거나 "이렇게 저렇게 해보시지 그래요?" 하며 주제넘은 자문도 해주고, 그러면 된다고 생각하며 옮깁니다. # A 선생님의 편지 개나리, 목.. 2010. 4. 25.
제일 싫어하는 수업 어느 학생이 내게 보낸 편지입니다.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릅니다. 이건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은 나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와 함께한 교육자들은 혹은 나에게 여러 가지 지시를 내리거나 정보를 제공한 행정가들은 내가 "이렇게 하지 말자!"고 아무리 외쳐도 꼼짝도 하지 않고 잘난 척만 했지만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오히려 나에게 하나라도 더 잘 설명해주려고 안달이 나 있었지만- 이 편지를 보낸 이 '새내기' 학생은 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에, 나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한번 보십시오. 나는 이 편지를 가지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보십시오!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 선생님께서는 외국여행을 .. 2010. 3. 23.
RE: RE: 빗꾸리시마시다 뭐 이런 제목이 있나, 싶을 수밖에 없겠네요. 요전에 소개한 편지「오겡끼데스까?(건강은 어떻습니까?)」의 후속편입니다. 내가「오겡끼데스까?」라는 이메일을 받고, 처음에는 '아, 요즘은 남의 이메일 창고에서 발신자 아이디까지 해킹해서 스팸메일을 보내는구나.' 했다가 진짜로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보낸 걸 확인하고는 ''어? 웬 일본어?' 했으므로 답장 제목을「'빗꾸리시마시다(깜짝 놀랐습니다)」라고 했더니 상대방이 -이 편지 주인공이- 너무 우스웠다고 하며 보시는 바와 같이「RE: RE: 빗꾸리시마시다」라는 제목으로 답신을 해왔습니다. 내 이야기를 자꾸 들었기 때문인지 - 내가 지금 건방진 생각, 말하자면 착각을 하는 걸까요? - 함께 생활하지 않아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부분이 많은 사람입니다. 아니면, .. 2010. 3. 16.
오겡끼데스까? 학교에서는 환영회나 취임식, 그런 이름으로 회식을 할 때이군요. 3월 둘째 주니까요. 좋겠습니다. "얼른 해치워야 이레저레 좋다"며 지난주에 이미 '해치운' 학교도 있겠지요. 회식 하는 날, 교장(아래 편지에서는 '대빵')은 몇 차까지 따라가는 게 좋습니까? 나는 꼭 1차만이었는데, 처음에는 몇 차례 2차까지만 가자고 졸랐습니다. "교장이 따라가면 싫어한다면서요?" "교장선생님 같으면 괜찮아요." 그렇게 대답했지만 속아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곧 조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2차의 프로그램은 주로 어떤 겁니까? 노래방? 차 한 잔? 맥주로 입가심? 어떤 거라도 좋겠지요. 그곳에서 떨어져나갈 사람 떨어져나가고 3차까지 갈 '핵심인사들'이 구분되는 게 중요하니까요.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아이.. 2010. 3. 11.
한 졸업생의 편지 아이들의 편지는 가볍게 여겼습니다. 담임교사가 편지쓰기 공부를 시킬 때 '교장에게 써볼까?' 생각한 아이들 몇 명이 쓴, 그래서 대부분 핵심도 없는 그저 그런 인사편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편지엔 자신이 결혼할 때 주례를 봐 달라는 내용도 적혀 있습니다. 그렇게 써놓고도 잊을까요, 이 아이도? 일부러 잊은 척할 수도 있습니다. 알고 봤더니 세상에는 이런 꾀죄죄한 사람이 아닌 '멋있는' 혹은 '고명한' 인물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가 결혼할 때 내게 주례를 봐달라고 했지? 언제 연락이 오려나?' 어느 좋은 날, 이 아이가 결혼할 줄도 모르고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며 세월만 갈지도 모릅니다. 헛물만 켜며 늙어가겠지요. 하하하~ 이 편지에는 그것 말고 내가 명심해야 할 사항도 들어 있었.. 2010.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