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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99

아이구, 깜짝이야! 아내를 따라 들어간 가게에서 이 여인을 만났습니다. 무심코 내려다보다가 근처에(너무나 가까이에) 여성 특유의 포즈로 이 아가씨가 앉아 있는 걸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꼭 사람처럼 해가지고는……' '마네킹이면 마네킹답게 앉아 있어야지, 원……' 2013. 8. 13.
이 글 봤어? "이 글 봤어?" Ⅰ 안규철의 「실패하지 않는 일」이란 글(사실은 『현대문학』의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이라는 이름의 연재 작품)을 옮겨 오면서 '시' 같은, '시보다 더 시 같다'는 느낌이었는데, 또 그의 글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연재 37회째(2013년 1월호, 366~367쪽)인, 어마어마한 자리.. 2013. 7. 19.
밀레와 고흐-'가짜박사라도 해둘걸...' 밀레와 고흐의 이야기가 있다. 『SAMSUNG & U』(2013. 3/4, 63)에 빈센트 반 고흐의 을 주제로 한 「롤모델을 따라 인생의 주연이 되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조물주는 모든 인간에게 천재적 능력을 선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물주는 평범한 피조물이 의지하고 따를 수 있는 롤모델을 여럿 빚어놓았죠. 롤모델의 업적과 범부의 창의력이 만나 세상이 더 윤택하고 새로워졌으니 그 빛나는 피조물 중 한 명이 밀레를 롤모델로 삼아 위대한 화가로 거듭 태어난 빈센트 반 고흐입니다. 『SAMSUNG & U』 2013. 3/4, 64쪽. 『SAMSUNG & U』 2013. 3/4, 62쪽. 『SAMSUNG & U』 2013. 3/4, 67쪽. 뭐라고 하면 좋을까? "나는 누구의 것을 그대로 베꼈습니다." 그.. 2013. 6. 21.
벨베데레의 토르소 저 토르소에 대한 설명을 전시회 도록에서 발췌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 15세기부터는 소실된 머리와 가슴, 팔, 다리의 주인공에 관한 수많은 가설이 쏟아져 나왔다. - "헤라클레스라고 일컬어지는 형상"이다(15세기, 치리아코 단코나). - 1700년대에는 주인공이 앉아 있는 짐승 가죽을 사자의 것으로 여긴 빈켈만도 이와 비슷하게 해석하여 사자에게 승리를 거둔 헤라클레스라고 주장했다. - 최근의 한 연구(Winsche, 1998)는 트로이 전쟁의 그리스 영웅 아이아스 텔라모니오스 거인일 것으로 추정하는데, 신화에 따르면 아이아스는 아킬레스의 유물을 놓고 율리시스와 벌인 경기에서 지고 말았으며, 눈이 멀 정도로 화가 난 아이아스는 양 떼를 적군으로 착각하여 다 죽여 버리고는 이러한 자신의 행위를 부끄러.. 2013. 6. 19.
교황의 눈, 나의 눈 성직자들의 흉상이나 초상을 이야기하려니까 두렵습니다. 주제넘은 일이기도 하거니와 종교에 관한 언급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저 인상적인 점만 말한다면, 「교황 피우스 2세 흉상」은 웬지 무섭습니다. 멋진 의복이나 모자는 돈만 많으면 갖출 수 있지만 저 근엄한 표정, 눈초리가 그렇습니다. 이 교황은 십자군 전쟁을 일으켜 유럽을 통일하려고 했다는데, 그래서였는지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 통일의 야망을 품었던 군주 체사레 보르자가 그의 저택에 이 흉상을 보관했었답니다. 체사레 보르자는 아버지가 교황이었고, 대주교로 출발했는데, 그를 모델로 하여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는, 두려움과 증오의 대상이 된 그를 드러내놓고 존경했답니다. 내가 그의 책은 많이 읽었으면서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시오노.. 2013. 4. 10.
가장 아름다운 조각상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모레 일요일(3월 31일)까지 "르네상스의 천재 화가들"을 주제로 바티칸 박물관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종교화(宗敎畵)가 대부분이고, 교과서에 나오는 어마어마한, 이렇게 기획된 전시회가 아니면 국내에서는 아예 볼 생각을 할 수가 없는 작품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 전시회에 꼭 가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두 분의 교황이 감동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세족(洗足)의 목요일' 미사에서 "서구사회가 신앙에 지쳤다"고 하여 신앙에 무지한 사람까지 놀라게 하더니 기력이 쇠잔했다며 물러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훌륭하고, 이번에 새로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저런 분도 있구나' '저분 때문에라도 신이 있어야겠구나' 싶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 미켈란젤로가 프랑스 생 드니 수도원의 수도원장.. 2013. 3. 29.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 「빛과 색의 아름다움을 넘어」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 「빛과 색의 아름다움을 넘어」 토마스 모란, 「필라델피아주 페어마운트 급수소 풍경」, Oil on linen, 133×164㎝, 1860-70 (한미수교 130주년 기념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 American Impressionism 1870-1940 도록 38~39쪽)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로 이 그림이 보입니다. 제목을 보면 가운데의 저 시설이 급수소랍니다. '급수소'? 그런 시설 자체에 무슨 의미가 있는 그림은 아니겠고, 구름을 바라보고 서 있으면 광활하고 아득한 느낌이었습니다. 이쪽 앞으로 사람들이 보입니다. 잘난 체하고 까불어 대기도 하지만 자연에 비하면 작은 존재들이죠. 찰스 해럴드 데이비스, 「여름밤」, Oil on canvas, 65×75㎝, 1910(도록 44~45) A.. 2013. 3. 20.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 체코 프라하국립미술관 소장품展 도록에는 이 그림에 대한 특별한 해설이 없습니다. 보면 아는 건데 뭔 설명? 그런 뜻이겠지요. 좀 우스운 말이지만 때로 '우리끼리' 하는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우리끼리? 남자들끼리?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겠고 그럼 친구들끼리? 뭔 친구가 그런 얘기나 하나? ………… 그냥 그렇다치겠습니다. 어쨌든 그런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그 왜 "목욕탕에 들어가면 신체가 건장한 놈이 최고"라고. 이렇게 덧붙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돈이 많아도 지식이 풍부해도 잘난 척할 일 없고 알통이 굵고 그런 놈이 기를 편다". 거기다 좀 덧붙이면 등에 용트림을 그린 놈도 똑바로 쳐다보기가 두렵습니다. 얀 즈르자비가 그린 「증기탕」의 저 녀석들은 다 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모습이나 표정들이나 가관입니다. '에이, 지저분한 것들.. 2013. 3. 13.
파라오에 대한 경배 조선일보, 2013.1.11. A20, '신문은 선생님-숨어 있는 세계사' 「피라미드, 파라오의 사후세계 위해 만든 무덤이에요」의 사진. 사진 출처 : Getty Images/멀티비츠 자주 생각합니다. 마음을 부드럽게 가져야 하고, 우선 나 자신에게 그렇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이 사진을 떠올리게 됩니다. 세상에는 나 아니어도 좋은 일뿐이고, 내가 없어도 전혀 지장이 없는 일들뿐인데 뭐가 어렵겠습니까. 그러므로 우선 나 자신에게 좀 호의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소인배니까 우선 나 자신에게부터 잘 대해 주고, 혹 그게 넘치면 남에게도 조금 잘 대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말하자면 이 마음이 편해지면 표정도 좀 편해질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 것입니다. 아마 미련을.. 2013. 3. 5.
어려웠던 시절의 고흐 고흐가 자화상을 많이 그린 파리 시절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답니다. 모델을 구할 수도 없고, 캔버스조차도 없어서 이미 그린 캔버스 위에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그 시절의 작품들을 구경했습니다. 자화상들을 잘 살펴봤습니다. 보는 눈이 매우 까칠하기 때문인지 고흐의 초상화는 '까칠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까칠한 게 나쁜 것이라면, 나쁜 눈을 가졌기 때문에 저 유명한 화가를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1886~1887년에 걸쳐 반 고흐는 파리를 떠나기 전까지 자화상을 27번 그렸다. 처음에는 마분지에 그림을 그렸으나 여름이 되자 그가 네덜란드 시기에 그렸던 작품 뒷면에 자화상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 소형 도록 「.. 2012. 12. 20.
일본에서 1997년 11월 어느 날입니다. 각 시·도 대표 교사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무얼 썩 잘해서 선발된 교사들이었는데 그게 무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가노(長野)였던가, 그 어디에서 선생님들의 홈스테이까지 끝냈습니다. 나가노는 작은 도시지만, 동계올림픽이 열렸으므로 주민들이 외국인 홈스테이에 익숙하여 그런 결정이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나는 단장(團長)이라고 혼자 멋진 호텔에 머물게 했는데, 그 며칠간 조용하게 지내면서 이 생각 저 생각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하고, 선생님들이 일본 민간인들 집에서 말썽 없이 잘 지내는지 걱정도 좀 했었습니다. 그 행사까지 끝내고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앉아 있는 모습인데, 그러나 저 곳이 어느 곳의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무라.. 2012. 12. 13.
2012.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