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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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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교육부 장차관직 제의를 받게 되면 ‘국민이 대통령’이라던 참여정부 노무현 정권은 이제 몇 달 남지 않았으므로 이 정부의 제의를 받기는 이미 다 틀린 것 같고, 2008년 초에 새 정부가 들어서서 내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나 차관직 제의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우선 그 제의를 받아들이려면 내 행적부터 잘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부정․비리를 저지른 일은 없는가, 말하자면 학교를 경영하면서 예를 들어 급식 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적은 없는가, 혹은 재산을 관리하면서 탈세를 했거나 누구에게 받은 현금 다발을 사과상자나 굴비상자 같은 데 담아서 창고나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 두지는 않았는가, 국민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적은 없는가, 아들이 군대에 간다고 나가서 가수 생활을 하거나 외국에 가서 지내지는 .. 2007. 11. 6.
정보통신기술의 도입을 한탄함 - 전국교육자료전 심사를 맡아보고 - 지난 10월 넷째 주의 분주함은 드디어 일요일(10. 28)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날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주최하는 제38회 전국교육자료전에 나가 심사를 했습니다. 올해는 그 자료전을 대전국립중앙과학관에서 개최하게 되었으므로 심사도 그곳에서 했습니다. 아침 8시 30분에 개최되는 심사위원회에 늦지 않으려고 그 새벽, 한산한 거리를 달려 서울역에서 KTX를 탔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는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와 전국교육자료전을 개최하고 있는데, 저는 그동안 이 두 가지 대회의 심사를 각각 두세 차례 맡아보았습니다. 전국교육자료전은 우수한 교육자료를 교육현장에 소개하고 교육자료 제작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을 높여 교육방법 개선과 교육자료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칠판교육의 장벽을 뚫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1.. 2007. 11. 5.
강의를 하려고 더러 출장을 다니며 저는 오랫동안 교육부의 교육과정․교과서 정책, 역사왜곡대책 등을 맡아서 자주 출장을 다녔습니다. 대체로 교원들에게 강의를 하거나 담당자들이 모인 회의를 주관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습니다. 그런 경력 때문인지 교육부를 떠난 지 3년이 훨씬 넘은 요즘까지도 더러 강의를 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제 그만둘까?’ 싶기도 하고, 거절할 수 있으면 거절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교육현실이 정체적이라고 판단되는 점을 생각하면 ‘그래, 내 생각을 알려주자’ 싶어서 용기를 낼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경우의 대부분은 학교교육과정의 구성과 운영, 교과서 편찬방향이나 제도개선 등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좀 주제넘지만 제가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출장을 다녀본 경험에 .. 2007. 11. 2.
분주함과 한가로움이 교차하는 나날 지난주는 분주했습니다. 우리 학교 독서축제기간이기도 했고, 그 분주함 속에서 우리 아이들을 가운데 두고 내린 판단이 옳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것에 보람을 느낀 한 주이기도 했습니다. 2007 양지독서축제의 캐치프레이즈는 ‘책이 좋은 아이들, 다산 도서관’이었습니다. 중앙현관 앞의 게시판에는 “우리들 축제의 한마당. 책을 보고, 느끼고, 읽으면서 꿈을 키워요. 지혜를 가꿔요.”라는 광고가 붙어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10월 8일(월)부터 2주간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도서관 활용 수업, 10월 24일(수) 오전의 어린이, 학부모, 교사 대표 및 인근 학교 교장선생님들이 참석한 도서관 개관식, 10월 24일~25일 이틀간 학부모 대표들이 주관하여 학교 건물 앞에서 단풍든 산을.. 2007. 10. 31.
남양주양지초등학교 오시는 길 큰길을 좋아하는 사람은 지도에서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를 찾아보고, 서울의 동쪽 포천․철원․화천 방향, 그러니까 여러분께서 이런저런 일로 가보시는 일동이나 광릉수목원, 산정호수로 나가는 47번 국도를 달리다가 진접읍 장현에서 오남이라는 이정표를 보시고 우회전하여 우리 학교를 찾아오시면 참 쉽습니다. 더구나 오남 초입의 왼쪽으로 읍사무소가 있고, 바로 그 뒤에 우리 학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남양주 IC를 자주 드나들고 있으므로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십시오. 서울외곽순환도로 남양주 IC를 나오거나(우측으로 붙어야 좋고 삼거리에서 끼어들 때 버스를 조심하십시오.) 구리 시가지에서 춘천 가는 46번 국도를 달리면 전철 도농역 앞을 지나게 됩니다. 이어서 구리남양주교육청․남양주제2청사․경찰서 앞이고.. 2007. 10. 29.
무서운 일가견(一家見) 교육전문출판사 ‘중앙교육진흥연구소’에서는 오랫동안『교육진흥』이라는 저널을 발행해 왔는데, 연전에 그 간행물을 그만 발행하겠다면서 제게 종간호에 실을 원고 하나를 부탁해온 적이 있습니다. 그 종간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보냈습니다. 이 글이 어떤 분에게는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그런 분은 ‘별 희한한 놈도 있구나.’ 하시기 바랍니다. 일가견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더니 1. 자기대로의 독특한 의견이나 학설(일가견을 가지다, 일가견이 있다), 2. 상당한 견식을 가진 의견(일가견을 피력하다, 一家言)으로 풀이되어 있었다. 공짜 책에 대한 이야기 한 가지. 선배들이 이 글을 읽으면 주제넘은 놈이라고 하겠지만,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처지여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학교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정년퇴임을 한 분들이.. 2007. 10. 24.
"엄마, 바보야!" "선생님, 바보야!" 지난 10월 22일 월요일 저녁, 퇴근하여 식사를 하면서 텔레비전을 보았습니다. 「닥터스」라는 MBC 의학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데 보신 적 있습니까? 갑자기 네댓 살쯤인 아이가 병실 침대 위에서 울부짖었습니다. “엄마, 바보야!” 뺑소니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쳤는데, 응급실의 젊은 당직의사가 한 말은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봐서는 두피가 벗겨지고 피가 흐르는 정도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뇌일혈인지 아닌지 하루 정도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엄마, 바보야!” 그 외침을 듣는 순간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고, 그 어린애가 가엾기 짝이 없었습니다. ‘저 어린 것이…….’ 그 애는 제 엄마를 왜 ‘바보’라고 했을까요? “왜 뺑소니를 못 잡나?” 그런 뜻이었을까요? 아니면, “왜 나를 방치하여 이렇.. 2007. 10. 24.
연주회 풍경과 교실 풍경 1990년대에 오스트레일리아에 갔을 때였습니다. ‘한국바로알리기’라는 거창한 이름의 사업 때문에 출장을 갔는데, 몇몇 기관을 방문하자 일이 끝났고 다시 시드니로 들어가 관광을 하게 되었는데 그 코스의 하나로 오페라하우스에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우리 일행은 네 명이었는데, ‘오스트레일리아 파운데이션’이라는 기관에서 나온 분이 제공한 티켓의 좌석을 찾아갔더니 3층인가의 맨 뒤쪽이었고, 무대는 그야말로 가물가물해 보여서 처음부터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이런 좌석에 앉아서도 객석의 매너를 지켜야 하는지 의문이었고, 하루 종일 일정이 빡빡하여 피곤하기도 해서 곧 졸음을 참지 못할 지경이 되었으므로 조용히 그 유명하다는 오페라하우스를 나와 텅 빈 거리를 혼자서 쏘다니다 호텔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신.. 2007. 10. 22.
재량활동 정상화를 위해(경기신문 071012) 이 글은 '만신창이가 되는 재량활동 교육'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재량활동 정상화를 위해'로 바뀌었습니다. 신문 편집자는 보통은 '쎄게' 돋우는 게 습성인데, 만신창이 어떻고 하니까 '이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제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으니 이번에도 집필자의 의도는 빗나갔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발표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9월 1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고등학교 선택교과에 보건과목이 추가되도록 학교보건법을 개정하기로 하고, 교과 내용, 수업시간수 등 세부적인 내용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고시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10월 중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1963년에 체육과목에 흡수되면서 폐지된 보건과목이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 2, 3학년 학생은 선택과목으로.. 2007. 10. 20.
오남에 사는 이유 흔히 이야기하기로는 편의시설이 좋고 교통이 편리하고 학교나 학원 등 자녀교육의 조건이 좋고 환경이 쾌적한 곳의 집값이 비싸다고 하는데, 또 다른 조건도 있습니까? 아니, 여러분은 그러한 조건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여러분은 왜 오남에 집을 구하여 살고 있거나 오남에 직장을 두고 있습니까? 오남은 연혁을 봐도 별것 없습니다. 1983년에 오남리, 팔현리, 양지리가 진접면에 편입되었고, 1992년에 오남출장소가 생겼으며, 1995년에 오남면이 되었고, 2001년 9월에 오남읍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오남’이라는 지명은 오산(梧山)의 ‘오'자와 어남(於南)의 ‘남'자를 따서 유래한 것이라 하기도 하고, 세조가 묘지를 찾으러 광릉으로 가는 길에 건너다 본 곳이라 하여.. 2007. 10. 17.
알고보면 우리와 친밀한 저승사자 학교에 근무하니까 대체로 교장이 나이가 가장 많아서 겸연쩍게 노인 취급을 당하는 수도 있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새파란(?) 젊은이들에 비해 '노인은 노인'이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가을이어서 그런가요? 10월이고 날씨조차 '가을맞고' 그러니까 '올해도 거의 다 갔구나' 싶어서 서글퍼집니다. 지난 3월(그러니까 저쪽 학교에 근무할 때), 이 블로그의 그 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의 주인공인 함수곤 교수께서 짤막한 글을 하나 달라고 해서 '알고 보면 우리와 친밀한 사이인 저승사자'란 글을 써주었는데 다음과 같이 소개되었습니다. 한번 보십시오. 저도 이제 "젊은이" 소리는 듣지 못하지만 다 늙어서 건강하게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 같은 세태는 정말 싫습니다. 그런 이들은 이 세상이 그렇게 좋은 걸까요? 오늘은.. 2007. 10. 17.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 (Ⅱ) 그분은 알고 보면 가까이 갈 수 있는 틈을 준다 2005년 2월초부터 그분이 친지들에게 '한밤의 사진편지'를 보내고 있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나에게 특히 인상깊은 점은 그분이 취재하는 세상의 수많은 일들, 이런 저런 교육단상 같은 '멀쩡한' 사연 아래에는 꼭 볼 만한 사진을 곁들이는데 그것이 대부분 낯뜨거운(그래봤자 단 한번도 그 흔한 포르노그라피는 아니고 매번 예상보다는 더 '홀랑홀랑' 많이 벗어버려서 혼자 보는데도 '낯뜨거운') 장면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건 초기의 일이었다. 그분의 처남이라는 분이 나서서, 평생을 교육에 몸바쳤으므로 그런 사진을 모아 보내기보다는 교육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충고를 해왔다면서 그분이 당장 그 비판을 수용한 이후로는 내가 보기에.. 2007.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