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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이야기583

책을 낸다는 것 책을 낸다는 건 얼마나 허망한 일일까요? 자비출판(자신의 돈으로 책을 내어 지인들에게 뿌리는) 경우에는 아예 자신의 돈으로 그 책을 미리 다 구입한 거나 다름없으니까 그럴 일이 없지만 저작권료를 받기로 하고 출판한 경우, 책이 팔리지 않으면 본인도 비참하고 출판사에서도 실망스러워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책은 팔리지 않는 물건인 것 같습니다. 작가들은 출판을 거듭하면서 실망을 거듭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이 나오기 전에는, 매번 실패했음에도 '이번에는 대박이 터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기대는 마치 카드놀이와 흡사하겠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매절'(원고료만 받고 출판사가 마음대로 하는 경우)로 넘긴 원고가 대박이 나서 출판사가 15년 간 떼돈을 벌었고, '이런 .. 2022. 4. 22.
알베르 까뮈 《시지프스의 신화》⑤ 알베르 까뮈/민희식 옮김, 《시지프스의 신화》⑤ 육문사 1993 중판 이 책 독후감을 찾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도와주고 싶어도 써줄 수는 없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이야기하자고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책을 읽었다면 뭐 하려고 이런 블로그를 찾아오겠습니까? 한두 페이지를 읽다가 그만둘 사람이 적지 않을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나는 이 책의 여러 장, 절 중에서 비교적 쉬운 마지막 장(마지막 절)이라도 읽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하고 싶었습니다. 그 장(절)을 옮겨써보았습니다. 진한 부분은 '파란편지'가 그렇게 했습니다. 그래도 복잡하다고, 어렵다고, 무슨 얘기냐고 할 수도 있으니까 끝에 이 장(절)의 요약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췌해서 붉은 글씨로 나타내어 보았습니다. 제1장 부조리한 추론(推論).. 2022. 4. 14.
오구마 에이지 《일본이라는 나라》 오구마 에이지 《일본이라는 나라》 한철호 옮김, 책과함께 2013 1부 메이지 일본의 시작(발췌) # 어째서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인간은 평등하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공부하는 놈은 성공해서 부자가 되고, 공부하지 않는 놈은 가난하고 비천한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공부해라, 이것이 《학문의 권장》*의 내용이다.(13) 에도 시대는 어떠했을까? 그때는 기본적으로 '무사의 아들은 무사, 상인의 아들은 상인, 농민의 아들은 농민이 되고, 여자는 같은 신분의 사람과 결혼한다'는 원리로 세상이 움직이고 있었다. 공부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상관없었다.(16~17) 일반 국민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아서 정치에 관해 전혀 알 수 없다면, 소수의 지배자들이 나라를 제멋대로 다스릴 수 있다.**(.. 2022. 4. 7.
티나 실리그 《인지니어스 INGENIUS》 티나 실리그 지음 《인지니어스 INGENIUS》 A CRASH COURSE ON CREATIVITY 김소희 옮김, 리더스북 2017 1. 리프레이밍 : 관점을 다루어라 2. 아이디어 자극 : 말랑한 사고력 만들기 3. 브레인스토밍 : 회의, 제대로 하고 있습니까? 4. 관찰 : 창의력에 필요한 소재 모으기 5. 공간 : 멋진 장소에서 멋진 아이디어가 나온다 6. 제약 : 창의성에 불을 붙이는 촉매제 7. 보상 : 인생 그 자체가 게임임을 이해하라 8. 팀 플레이 : 한 명의 천재에 환호하던 시대는 끝났다 9. 실험 : 리스크를 감수하고 기꺼이 도전하는 분위기, 어떻게 만들까? 10. 포지셔닝 :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11. 혁신 엔진 :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트위터가 좋은 사례다. 단.. 2022. 4. 6.
체피 보르사치니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EL SISTEMA 체피 보르사치니《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Venezuela Bursting with Orchestras 김희경 옮김, 푸른숲 2010 들불처럼 일어난 엘 시스테마 그걸 부러워한 사람들이 있었다. 권력자에게 이야기하니까 "그럼 우리도 해보세요" 했겠지. "돈이 있어야 합니다" 하니까 몇 학교에 돈을 주고 하라고 했겠지. 우리는 그렇게 한다. 무엇이든 그렇게 했다. 그런 교육, 몇 학교에 돈을 주고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특별 교육, 그런 교육이 성공할 리가 있나. 그런데도 우리는 그렇게 한다. 좋은 교육이면 돈을 주지 않아도, 여느 때의 예산만으로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당연하다. 돈을 주려면 다른 학교(다른 아이들)에도 다 주어야 마땅하다. 그 학교 아이들은 그 시간에 그냥 놀고 있는 건 아니기 .. 2022. 3. 3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주치자마자 반해버린 여자를 다시 만나게 된 것 같은 악절 김화영 교수의 소개로 『현대문학』에 연재되고 있었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옮겨 썼습니다. 연주를 지켜보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모습이 보일 듯한 부분입니다. 번역을 하고 있는 김화영 교수가 '벵퇴유의 소나타'라는 소제목을 붙인 부분인데 몇 년 몇 월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DAUM의 블로그 시스템은 각주를 달 수 있어서 출처를 메모해 두었는데 블로그 시스템이 변하면서 변환을 시키는 방법을 알 수가 없어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줄을 비운 곳은, 제 마음대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읽기에 좀 낫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끝냈을 때 스완은 좌중의 누구에게보다도 그 피아니스트에게 더 친절하게 대했는데 그 까닭은 이러했다. 일 년 전 그는 어떤 야회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어떤 .. 2022. 3. 26.
W. G. 제발트 《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장편소설 《토성의 고리》 이재영 옮김, 창비 2011 한여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던 1992년 8월, 다소 방대한 작업을 끝낸 뒤 나는 내 안에 번져가던 공허감에서 벗어나고자 영국 동부의 써픽 카운티로 도보여행을 떠났다.(10) 이렇게 시작된다. 파괴와 고통, 희생 같은 것들로 점철되어온 역사를 슬픔으로 바라본 기록이다. 무자비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은 죽어갔고 폐허, 파괴의 흔적만 남아 있다. 보이는 것마다 공포와 공허, 덧없음, 우울을 보여준다. 슬픔은 끝이 없다. '토성의 고리'? 우리 모두는 우리의 유래와 희망이 미리 그려놓은 똑같은 길을 따라 차례차례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우연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일어난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할수록 나는 점점 더 자주 나를 엄.. 2022. 3. 25.
사문 광덕廣德과 엄장嚴莊 광덕과 엄장 광덕이 서방 극락으로 가다 문무왕 때 사문 광덕廣德과 엄장嚴莊이란 이가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친하여 밤낮으로 약속했다. "먼저 서방 극락으로 가는 이는 마땅히 서로 알리세." 광덕은 분황 서리西里에 숨어 살면서 신 삼는 것은 직업으로 하여 처자를 데리고 살았으며, 엄장은 남악南岳에 암자를 짓고 살았는데 숲의 나무를 베어 불살라 경작했다. 어느 날 해 그림자는 붉은빛을 띠고 솔 그늘이 고요히 저물었는데, 창 밖에서 소리가 나면서 알렸다. "나는 이미 서쪽으로 가니 그대는 잘 있다가 속히 나를 따라오게." 엄장이 문을 열고 나가서 보니, 구름 밖에서 하늘의 음악소리가 들리고 광명이 땅까지 뻗쳐 있었다. 이튿날 엄장은 광덕이 살던 곳을 찾아가 보니 광덕이 과연 죽어 있었다. 이에 그의 아내와 .. 2022. 3. 13.
교육학, 이런 교과서로 공부했더라면...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 교육대학원에서 이수한 수많은 과목 중 그 어느 것에도 이 책은 좋은 교재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준 교수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존 듀이를 이야기하지 않은 교수도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너희는 읽어봐도 이해할 수 없는 책이다" 혹은 "너희는 내가 이야기해주는 것을 들으면 된다", "그 책은 아무나 읽는 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 읽어보니까 그렇게 어려운 책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곳은 '아, 바로 이것이었구나!' 싶어서 숨이 멎는 느낌이었고, 어떤 곳은 재미있고, 너무나 간단하고 쉬운 부분도 있고, 어쨌든 교육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교사는 꼭 읽었어야 할 책이었습니다. 나는 내가 그때 교육학 강의를 들으면 짜증이 나고 싫증을 느.. 2022. 3. 12.
가이 해리슨 《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 가이 해리슨 《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 윤미성 옮김, 다산북스 2012 만약에 내 기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나는 알 카에다 사람들이 모두 이 책을 읽고 자기들의 신앙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아서 다시는 신의 이름으로 살인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게 되기를 빌고 싶다. 그리고 백만장자인 텔레비전 목사들이 "신이 필요로 한다."는 이유를 들이대면서 힘들게 일하고 낮은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돈을 끌어가는 짓을 그만하기를 빌고 싶다...... 이런 이야기들이다. 1부 신은 실제로 존재한다. 1. 나의 신은 분명히 존재한다. 2. 믿음은 좋은 것이다. 3. 이 세상 사람 대부분이 신앙심을 갖고 있다. 4. 무신론도 하나의 종교이다. 5. 신성한 경전이 나의 신을 증명한다. 6. 심판은 신의 존재를 증명한.. 2022. 3. 5.
『상실 수업』⑵ 편지쓰기(발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상실 수업』 김소향 옮김, 인빅투스, 2014 때로는 과거를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들어 그것을 정화하려고 한다. 우리의 실수가 밖으로 퍼져나가기를 원치 않으며 특히 누군가를 잃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이런 작업을 거치다 보면 그 사람의 전부 그리고 장단점, 밝고 어두운 면 모두 포함한 그대로의 모습을 애도할 기회를 놓쳐버릴지도 모른다.(150) 슬픔은 밖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고통과 슬픔은 오직 표현할 때만이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사랑한 이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실천하기 편하며, 단어를 밖으로 꺼내어 언제든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다. 의사소통을 상실해버린 고인이 된 그 사람에게 무슨 말을 써야 하며 심지어 왜 편지를 써야 하는가? 기억나는 만큼 멀리 과거.. 2022. 2. 10.
김숨(단편소설)《파도를 만지는 남자》 김숨 단편소설 《파도를 만지는 남자》(문장 발췌) 「현대문학」 2022년 1월호 * 흰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가는 내 모습을 부모님께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 가을 선생님, 혼자서 갈 수 있어요? * 가을 선생님, 혼자서 잘 찾아가야 해요. * "나도 너희와 같단다. 그래서 너희의 모습을 보지 못한단다. 내게 너희 목소리를 들려주겠니?" * "우리 서로의 목소리를 기억하도록 하자." * 열여덟 살 여름방학 전까지 보이던 버스 번호판이 안 보였어요. 나는 버스를 잘못 탈까봐 두려웠어요. (...) 내 눈이 멀었다는 걸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어요. * 나는 기다려요. 낯선 곳에 가면 그곳의 소리들이 내게 길을 만들어 줄 때까지 기다려요. 세상의 소리들은 내게 길을 만들어줘요. 차들이 도로를 달려가는 소.. 2022.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