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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이야기605

사랑 그 열정의 덧없음 : 피츠제럴드 「현명한 선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현명한 선택」 Francis Scott Key Fitzgerald "The Sensible Thing" 허창수 옮김, 《현대문학》 2022년 12월호 조지는 잔퀼이 보고 싶어서 보험회사에서 해고당한 것을 오히려 감사하게 여기고 잔퀼에게로 달려간다. 그렇지만 상황은 언제나 마음 같진 않다. 다른 사내들이 케리를 집적거리는 걸 보게 되고 날씨조차 덥다. "많이 덥네요. 선풍기 좀 틀어야겠어요." 선풍기를 조절해놓고 난 뒤 그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그는 예민해진 분위기를 피하지 못한 채 숨기려 했던 구체적인 얘기를 불쑥 꺼내고 말았다. "언제쯤 저와 결혼할 생각입니까?" "저랑 결혼할 준비는 다 되셨나요" 갑자기 그는 화가 치밀어 올라 퉁기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빌어먹을 .. 2022. 12. 16.
쉽고 재미있고 놀라운 강연록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솔 2010 "예술품이란 누가 뭐라 하든 내가 좋아서 보는 것이고 또 내 맘에 꼭 드는 작품 한 점이 있으면 그것 하나 잘 감상한 것으로 충분히 보람이 있습니다." "왠지는 모르지만 자꾸만 마음이 끌리는 작품, 그렇게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작품 몇 점을 골라서 잘 보고 찬찬히 나만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유난히 좋아했던 도자기 같은 것들은 엄청나게 많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우리 조상들이 정말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은 공부 많이 하신 큰선비들의 글씨라든가 점잖은 그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이 국보가 되어야 하는데..." 이런 내용이 자주 나와서 사뭇 재미있게 읽었다. 십여 년 전에 사놓고 데면데면 바라보기만 했다. 읽었으니 .. 2022. 12. 12.
세련에게 :《황금 똥을 누는 고래》를 읽고 네 스무 번째 책 《내가 왜요?》가 교보문고 '이달의 책'에 선정된 건 놀랍고도 당연한 일이야. 세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관 같은 걸 신선하게 곱게 전해주는 넌, 네 가슴속에 뭘 가지고 있을까? 열아홉 번째 동화집 《황금 똥을 누는 고래》를 읽으며 그 생각을 했어. "외로움이 너를 지켜 줄 거다. 어울리고 싶다고 함부로 나다니지 마라." 아빠 엄마 고래를 잃고 혼자 놀며 풀이 죽은 아기 향유고래가, 모진 작살을 맞고 끌려가면서 당부하던 아빠의 말을 기억해내는 걸 보며 이 이야기를 아이들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상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세 번째... 다른 이야기도 아이들이 가슴 깊이 받아들였으면 싶은 건 마찬가지였어. 어른들은 흔히 그렇게 말하잖아? "요즘 애들은 어려움을 몰라. 저렇게 커.. 2022. 12. 10.
지옥 예습 "너 그러다 지옥 간다" '나는 아무래도 지옥이나 가겠지?' 할 때의 지옥은 어떤 곳인지 어디에 공식적·구체적으로 확실하게 밝혀놓은 곳은 없다. 알고 있는 것은, 그저 살아서 나쁜 일을 많이 하면 악한 귀신이 되어 끔찍하고 잔혹한 형벌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고통이 정말 막심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감옥에 가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지옥이라는 막연한 두려움뿐이다. 움베르트 에코는 소설 《장미의 이름》(상)에서 지옥을 다음과 같이 그려놓았다. 딴에는 사람들이 치를 떨도록 하려고 온갖 짐승들의 모습을 총동원해서 지옥에 간 인간을 괴롭히는 장면을 설정했는데 나는 이 장면을 다 읽고 나서도 '아! 이건 정말 무서운데?' 하고 치를 떨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나는 누가 진짜 극도의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 지옥을 그.. 2022. 12. 9.
잊히지 않을 이야기: 장세련 《내가 왜요?》 장세련 글 | 유재엽 그림 《내가 왜요?》 단비어린이 2022 여기 얘기 하나 짤막하게 전하겠습니다. 애들 얘기 속 어른 얘기입니다. 담임선생님께서 예후에게 방송실에 가보라고 했습니다. "내, 내가 왜요?" 문구점 담에 오줌 눈 일이 떠오릅니다. 'CCTV에 찍혀서 방송으로 공개 망신을 주려나?' 선생님이 좀 짜증을 냅니다. "또 '내가 왜요?'니? 그 말버릇 고치랬지?" "그, 그래도...... 무슨 일인데요?" "가 보면 알아!" 예후는 상장을 받았습니다. 새마을협의회장의 '모범 어린이상'이었습니다. 위 어린이는 평소 환경지킴이로서 남모르는 선행을 하여 많은 학생들의 모범이 되었기에 이 상장과 상품을 주어 칭찬합니다. 영문을 알 수 없었습니다. 상장과 함께 문화상품권 다섯 장, 구청 소식지도 받았습니.. 2022. 12. 4.
도서공감 5(마지막 회)《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 김○표 "고르기(객관식)에는 미숙하지만 누가 봐도 출중한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 현재의 교육, 현재의 대입전형제도에 비관적인 사람들은 한결같이 전체적, 획일적으로 가르치고 평가하는 방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식을 주입하고 외우게 해서 객관식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그만두자고 하면 싫어할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남의 설명을 듣고 외우고 객관식의 고르기에는 미숙하지만 누가 봐도 출중한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 현재 교육, 대입전형제도의 문제점을 통찰하고 혁신적 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앞으로도 교육, 대입전형제도의 지적은 지속될 것이다 최○형 "교육의 본질은 학생에게 있다" 이 책은 교육의 본질은 학생에게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 2022. 12. 2.
도서공감 4《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 장○정 "학생을 우위에 두는 교육과 교육행정의 중요성" 이 책에서는 학교는 학생들이 마음껏 꿈꾸고 뛰어놀아야 하는 세상이라고 강조하고, 학생을 우위에 두는 교육과 교육행정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교육의 본질은 학생에 있다고 강조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당연하지만 어려운 현실. 무슨 생각으로 손을 번쩍 들고 마주했는지.. 선택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남○지 "학생들이 보다 행복하고 좋은 교육 환경에서 성장하기를" 수능 입시 후 대학 전공을 정할 때, 교육과를 갈까? 고민하다가 접었었다. 대학 진학 중 교육대학원을 갈까? 고민하다가 접었었다. 나와 교육자는 잘 맞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현재까지도 그 판단이 맞았다고 확신한.. 2022. 11. 30.
도서공감 3《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 최○욱 "교육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 핵심" 우리나라의 수능 위주 주입식 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어떻게 교육을 개혁해 나갈 것인지 생각해보면 참 막막하다. 교육이 대학 입시 위주인데다가 학벌이 사회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보니 교육 개선이 전반적인 사회 구조의 대대적인 변화로까지 연결될 수 있어 문제가 참 복잡하다. 그래서 실제 교육현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왔던 저자의 생각이 궁금했다. 일관되게 보여주는 메시지가 기본적이지만 교육에 있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교육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이다. 억지로 주어진 답만 말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생각이든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따스한 관심.. 2022. 11. 28.
도서공감 2《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 박○영 "교육의 본질은 학생에게 있고" 이 책은 저자가 교직 생활을 하며 경험하고 느낀 것을 모은 책인데, 책 속의 많은 내용 중 "저도 스트레스를 풀 데가 있어야지요"라는 제목의 글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저자에게 당혹감을 느끼게 했던 경험의 끝에 나온 결론이 아이들은 어디에서든지 즐겁게 살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결국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글을 보며 저자의 확고한 교육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교육의 본질은 학생에게 있고, 학생을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 사실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정말 가능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교육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서 기억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진 "학교가 즐거운 공간이 되었을 것 같다" 학교 안과 학교 밖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2022. 11. 26.
도서공감 1《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 교과서 만드는 출판사 '(주) 비상교육'은 CP(Creative Planner)들만 근무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대표도 호칭은 "CP님", 회사원들 호칭도 모두 "CP님"입니다. 그 회사 CP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같은 책을 읽어보고 서로의 생각에 공감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이를 '도서공감'이라 부르고 도서공감을 위한 각자의 생각을 그룹웨어에 올려놓는답니다. 그 회사에서 저와 친한 CP 한 분이 《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도서공감을 진행한 CP 님들의 생각을 모아서 전달해주었습니다. 약 100명의 CP님들의 독서 후기를 받아본지 두 달이 되었는데 '이걸 어쩌지?' 하다가 여기에 올려놓게 되었습니다. 한꺼번에 다 실으면 그렇고 그렇다고 너무 여러 번 싣는 것도 그렇고 해서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하기로 했습니.. 2022. 11. 24.
아름다움과 슬픔 : 알퐁스 도데 《아를라탕의 보물》 알퐁스 도데 Alphonse Daudt 《아를라탕의 보물》 《현대문학》 2022년 10월호 양치기들이 부른 수천 마리의 양들이 양치기 개들에게 쫓기어 우리로 바삐 가고 있었다. 곱슬곱슬한 양털과 매에 매에 소리가 일으키는 회오리바람이 그를 스치고 지나가며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양치기들이 제 그림자와 더불어 양 떼 물결에 휩쓸려 가는 듯한, 그야말로 거친 파도였다. 잠시 후 어둑해진 하늘을 삼각 편대를 이룬 오리 떼가 마치 땅에 내려앉고 싶다는 듯이 아주 낮게 날아갔다. 선두에 선 오리가 문득 목을 꼿꼿이 세운 채 야생의 함성을 내지르며 다시 고도를 높였고, 오리 떼 전체가 그 뒤를 따랐다. 그때까지는 안 보이던 오두막의 문이 막 열리고, 활활 타오르는 듯한 커다랗고 네모난 빛이 들판에 내려앉았다. 동시.. 2022. 11. 17.
기막힌 인생 : 사이먼 윈체스터 《교수와 광인》 사이먼 윈체스터 《교수와 광인》 The Prufessor and the Madman 공경희 옮김, 세종서적 2000 불친 淸(nadeshiko)님이 지난 11월 11일(?) '오밤중'에 두 시간짜리 영화 《博士と狂人》을 보고 '비실비실'한 상태라는 얘기를 읽고 얼른 이 책을 찾았다. 어떤 책인지, 책날개에 잘 소개되어 있어 그걸 베끼기로 했다. 사이먼 윈체스트(이 책 저자)는 어느 날 우연히 영국 속어 사전 편찬의 권위자인 조너선 그린이 쓴 《해를 따라가기 Chasing the Sun》란 책에서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자원봉사자 중에 정신병에 걸려 살인을 저지르고 수용된 W. C. 마이너가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짧은 내용의 글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아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그는 이 책에서 19세기에.. 2022.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