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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2022/0927

시몬 드 보부아르 《노년》 시몬 드 보부아르 《노년》 홍상희·박혜영 옮김, 책세상 2002 붓다가 아직 싯다르타 왕자였을 때이다. 부왕에 의해 화려한 궁궐 속에 갇혀 살던 그는 몇 번이나 거기서 빠져나와 마차를 타고 궁궐 부근을 산책하곤 했다. 첫 번째 궁 밖 나들이에서 그는 어떤 남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병들고 이는 다 빠지고 주름살투성이에 백발이 성성하며, 꼬부라진 허리로 지팡이에 몸을 지탱하고 서 있는 그 사람은, 떨리는 손을 내밀며 무어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여댔다. 왕자가 깜짝 놀라자 마부는 싯다르타에게, 사람이 늙어 노인이 되면 그리 되노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싯다르타 왕자는 외쳤다. "오, 불행이로다. 약하고 무지한 인간들은 젊음만이 가질 수 있는 자만심에 취하여 늙음을 보지 못하는구나. 어서 집으로 돌아가.. 2022. 9. 3.
시력視力지키기 1, 2는 그렇다 치고 핵심이라면 컴퓨터나 스마트폰, 책 같은 걸 들여다보다가 30분쯤 지나 창밖 좀 내다보면 시력 보호에 좋다, 자주 듣고 잘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눈을 혹사시켰습니다. ​ 어느 날 동네 운동장에 걸어내려갔다가 시야가 부옇게 흐려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아서 '뭐지?' '왜 이러지?' 하고 눈을 닦고 바라보고 또 눈을 닦고 바라보고 하다가 '내가, 내 눈이 왜 이렇게 됐지?'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온갖 '외로움'이나 '어려움'이 있어도 눈만 있으면 마지막까지 책은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러면 됐다는 것이 내 '서러운 다짐'이었는데 그것마저 허용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암담했습니다. ​ 증상은 간단히 판명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그 백내장이라는 것이고 당장 맹인이 .. 2022. 9. 2.
"서투르고 어설픈 내 인생" 젊었던 시절에는 아내로부터 꾸중이나 원망, 잔소리 같은 걸 듣지 않고 살았습니다. 아내는 내 위세에 눌려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속에 넣어놓고 지냈을 것입니다. ​ 살아간다는 건 내게는 하나씩 둘씩 어설픈 일들을 벌이고 쌓아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내가 그걸 때맞추어 지적했다면 나는 수없는 질책을 받았어야 마땅합니다. ​ 아내는 이젠 다른 도리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마침내 입을 열기 시작했고, 이젠 내 허물을 보아 넘기지 않게 되었고, 그때마다 지난날들의 허물까지 다 들추어버립니다. 아무래도 헤어지자고 하겠구나 싶은데 그런 말은 꺼내지 않는 걸 나는 신기하고 고맙게 여깁니다. 그러면서 '나는 언제부터 이런 질책을 듣지 않는 정상적인 인간이 될 수 있겠는가!' 한탄합니다. 공자님 말씀 "七十而從.. 2022.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