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2022/0927

“교단에 드러누워서 촬영하고…” “그래서요?” (2022.9.30) 선생님! 무척 괴로우실 것 같아요. ‘무너지는 교단’ ‘교실은 공포 공간’ ‘교단에 드러누워서 촬영하고 웃통까지 훌러덩’ ‘선생님에게 침 뱉고 폭행까지’ ‘교권 침해 보험 드는 선생님들’… 기사들을 살펴봤어요. 7년 전 경기 이천 어느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가 출석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 결석처리를 하자 학생이 빗자루로 교사를 때리고 침을 뱉은 일, 얼마 전 충남 어느 중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수업 중에 교단에 드러누워서 여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영상이 공개된 일… 한국교총은 61%의 교사가 날마다 학생들의 수업 방해나 욕설에 시달린다고 했습니다. 담임에게 “인간쓰레기” “대머리 XX”라고 대놓고 욕도 하더라는 제보도 있습니다. 한 방송은, 하필이면 한 개그맨이 예부터 스승은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고 해서.. 2022. 9. 30.
조영수(동시)「잘 도착했니?」 잘 도착했니? 조영수 카메라로 꽃을 찍어온 아빠 컴퓨터 화면에서 꽃의 얼굴을 고르고 있다 벌의 엉덩이에 가린 꽃 벌레를 곁눈질하는 꽃 햇살에 눈이 부셔 찡그린 꽃은 휴지통으로 옮겨진다 고르기를 끝낸 아빠가 휴지통 비우기를 클릭하는 순간 못난이꽃 얼굴들 다 돌아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향기를 두고 온 들로 산으로. 잘 도착했니? 선택받지 못한 것에 대한 시인의 눈길이 곱고 고맙습니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눈길도 그래야 할 것입니다. "잘 도착했니?" - 어디에? - 있던 그곳에? 들에? 산에? 그러다가 문득 저승 생각이 났습니다. 나에게 "잘 도착했니?" 하고 물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서러워지기 시작했고 곧 눈물을 글썽거리게 되었습니다. "잘 도착했니?" 그런 시간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2022. 9. 29.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2021 저널리스트 에릭 와이너가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을 주제로 열네 명의 철학자를 이야기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침대에서 나오는 법 소크라테스 : 궁금해하는 법 루소 : 걷는 법 소로 : 보는 법 쇼펜하우어 : 듣는 법 에피쿠로스 : 즐기는 법 시몬 베유 : 관심을 기울이는 법 간디 : 싸우는 법 공자 : 친절을 베푸는 법 세이 쇼나곤 :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니체 : 후회하지 않는 법 에픽테토스 : 역경에 대처하는 법 보부아르 : 늙어가는 법 몽테뉴 : 죽는 법 호기심을 갖게 하는 제목들이다. 가령 '몽테뉴처럼 죽는 법'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보부아르처럼.. 2022. 9. 28.
이우환 《여백의 예술》 이우환 《여백의 예술》 김춘미 옮김, 현대문학 2014(초판 7쇄) 이우환의 책은 네 권째이다. 《시간의 여울》(1994)은 이슬·수정 같은 에세이들이었고 《멈춰 서서》(2004)는 바로 그 느낌의 시집, 《양의의 예술》(2014, 심은록 엮음)은 그의 예술에 관한 대담집이었다. 그의 예술세계가 겨울 햇살 같다고 생각되었다. 이 책 《여백의 예술》과 함께 네 권을 따로 분류하지 않고 한 군데 모아놓고 있었는데 《여백의 예술》은 읽지 않은 채였다. 이건 분명히 개론서가 아닐까 싶어서 선뜻 읽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이번에 비로소 이 책을 읽으며 과연 이우환다워서 가슴이 울렁거렸는데 그것은 여섯 장(章) 중에서 첫째 장에서였다. · 여백의 예술 · 무한에 대해 · 중간자 · ...... 이우환은 어려운 것을.. 2022. 9. 27.
지도 위에서 길을 잃어 지도를 보다가 '여기가 어디지? 내가 지금 어디를 헤매는 것일까?' 하고 당황할 때가 있다. 지리학을 공부해서 중등 사회과(지리) 교사 자격증을 받았는데도, 그러니까 지도학 강의를 몇 강좌나 이수했는데도 마치 길 잃은 아이처럼 지도 위를 헤매게 된다. 눈을 따라 마음도 길을 잃는다. 어제저녁에는 문득 오래전에 살았던 곳이 생각났고, 거기에서 속절없이 헤어진 사람이 갔다는 곳을 지도에서 찾아보았다. 당시에는 멀리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행정구역으로는 멀지 몰라도 거리상으로는 그리 먼 곳도 아니었다. 영토가 작은 나라이니 어디인들 그리 멀다고 할 것도 없다. 그러다가 나는 지도 위에서 방향 감각을 잃어서 그때 살았던 도시도, 그 사람이 떠나간 곳도, 심지어 지금 내가 사는 곳도 찾지 못하고 허둥대고.. 2022. 9. 25.
빠다샹젱(八大山人)의 〈목련도〉 빠다샹젱(八大山人)의 〈목련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등심을 찡하게 달려가는 전율을 느끼게 된다. 혼이 뒤흔들어진다. 화면 바닥으로부터 헤아릴 수 없는 전파가 보는 자에게 잇따라 밀려온다. 보고 있다기보다 어느 틈엔지 저쪽이 쏘아보고 있다. 외면하는 것도 눈을 내리까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 기백에 찬 눈초리에 홀리고 있는 사이에 말할 수 없는 깊은 비애에 가까운 투명감이 온몸 가득 퍼져나간다. 일상의 진흙 밭에서 뭔가 숭고하고 아득한 세계로 떠올려지는 것 같다. 이우환의 에세이 '여러 작가들' 중 '빠다샹젱(八大山人)의 〈목련도〉에 부쳐' 첫머리(이우환 《여백의 예술》현대문학 2014)에서 이 글을 읽다가 중단하고 인터넷에 들어가 보았다. 이우환의 설명 중에서 두 군데를 옮겨 써 두고 싶었다... 2022. 9. 23.
원옥진 「마음 가다듬기 연습」 원옥진 선생님은 교사 시절에 『아이사랑 http://www.talkwithkids.net/』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사이트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마음 가다듬기 연습」이라는 시가 실려 있었는데 당시 나는 그 시를 그냥 글이라고 했습니다(이 블로그의 2010.5.13일자). 그런데도 원옥진 선생님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내가 '아름다운 여성 교사는 아이들을 이런 마음으로 대하는구나' 생각하고 있고, 그 글에 나의 그 마음이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미안한 건 미안한 것이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가 뭔지, 뭐가 시인지도 모르네?' 부끄러워하며 여기 그 시를 다시 옮깁니다. 마음 가다듬기 연습 따뜻한 커피 마시기 너 참 괜찮은 녀석이야.. 2022. 9. 22.
아모스 오즈 장편소설 《유다》 아모스 오즈 AMOS OZ 장편소설 《유다 JUDAS》 최창모 옮김, 현대문학 2021 때로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부엌에서 살금살금 복도로 나가서 그녀의 방문 앞에서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몇 분 동안 집중하노라면 윙윙거리는 것 같은 소리나 나지막하게 바스락거리는 소리, 단조롭고 규칙적으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닫힌 문 너머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그 방 안에 도대체 무엇이 있을지 상상 속에서 그려 보려고 했는데, 몇 번이고 복도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그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어도, 한 번도 거기에 초대받은 적이 없었고 슬쩍이라도 그 안을 (...) (86) 길을 걸으면 몸보다 머리가 앞서 나가는 어설픈 사내 슈무엘 아쉬는 연인 야르데나를 따분한 수문학자 .. 2022. 9. 21.
영혼 ③ 고양이네 가족 내가 포치 아래에서 바라보는 동안 고양이 일가족 세 명(?)이 놀다가 갔습니다. 저 가족이 잘 지내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있고 저 가족에게는 없는 것이 있겠습니까? 그건 무엇입니까? 우애? 모정? 사랑? 영혼? 글쎄요... 2022. 9. 20.
이거 내가 가져도 돼? 괜찮아? 2022. 9. 19.
잘도 오는 가을 뭘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단 한 번도 제때 오지 않고 난데없이 나타나곤 했다. 기온이 아직은 30도를 오르내리는데 시골 구석구석까지 찾아가 물들여버렸다. 결국 올해도 이렇게 되고 말았다. 이런 식이면 누가 어디에 대고 어떻게 불만을 표시하거나 항의를 할 수 있겠는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는 정말 따르기가 싫다. 2022. 9. 18.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Op.73 '황제' (L.v.Beethoven, Piano Concerto No.5 'Emperor') 가을이 온 이후 주말에는 꼭 한 번씩 듣고 있어. 언제까지? 글쎄? 베토벤은 죽은 지 오래인데 딴생각을 못하게 해. 그의 사진을 떠올리면 더욱... 당연히 일도 못해. 딴생각을 못하고 일도 못하니까 아예 듣지 않으면 되는데 자꾸 듣네. 멍하게 앉아 있는 것도 이젠 괜찮겠지? 괜찮을까? 하기야 일부러 멍하려면 그것도 꽤나 힘들긴 하지? 이러다가 겨울이 오겠지? 좋은 가을밤인데... iframe width="1085" height="610" src="https://www.youtube.com/embed/LYUrPqaG11Y" title="21세 조성진│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Op.73 '황제' (L.v.Beethoven, Piano Concerto No.5 'Emperor') Pf.Seongjin Ch.. 2022.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