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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2021/1115

하루 또 하루...... 어제저녁이 잠시 전이었는데 오늘 또 날이 저물었습니다. 2021. 11. 5.
황순분 「코스모스」 코스모스 코스모스 아름답다. 길 옆에 가는 사람 아름답다. 코스모스는 길 가는 사람이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코스모스는 길 가는 사람이 /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이 구절에 깜짝 놀랐습니다. 저 코스모스가 반가워서 코스모스 꽃밭이 선물 같다고 썼던 자신이 한심하구나 싶었습니다. 저 한적한 길의 코스모스가 나를 보고 반가워했었다니 난 그것도 모르고...... 그러고 보니 "길 옆에 가는 사람 아름답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나는 저 코스모스가 순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지만 저 시인이 그 코스모스 옆으로 지나가는 나를 보고 아름답다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고 그게 참 미안하고 쑥스러웠습니다. 이제 보니까 첫 문장 "코스모스 아름답다"는 평범함을 가장한 예사로움 같습니다. 그렇게 해놓고 그.. 2021. 11. 3.
박상수 「윤슬」 윤슬 박상수 있을게요 조금만 더 이렇게, 모래에 발을 묻어두고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며 여기 이렇게 있을게요 끝에서부터 빛은 번져오고, 양털구름이 바람을 따라 흩어지다가 지구가 둥그렇게 휘어지는 시간, 물들어오는 잔 물결, 잘게 부서진, 물의 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는 그냥 여기 앉아 있어요 머리칼을 날리며 사람들은 떠나가고 아이들도 돌아가면 누가 놓고 간 오리 튜브가 손을 놓친 듯 멀리 흘러가고, 여기까지인가 봐, 그런 생각, 뭐야 그런 생각하지 마, 혼자 건네고 받아주는 농담들, 그래야 나는 조금 웃을 수 있어요 지난겨울에는 졸참나무랑 벚나무 장작을 가득 태우며 앉아 있었어요 내가 나로부터 풀려나는 시간, 그때도 눈 속을 이글거리며 혼자 앉아 있었구나 글레이즈 가득 얹은 도넛과 커피를 마시며 내가 .. 2021.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