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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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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아이들 5 <메모> 까짓거 코피가 터졌어도 공부에 매진하는 아이 지난 5월 22일, 남양주 지역 여러 유치원 원장, 교사들이 우리 병설 유치원에 몰려와서 수업을 참관했습니다. 지금 저 교사는 동화 속에 나오는 무지무지하게 큰 알을 어떤 방법으로 옮겨야 할지를 묻고 있습니다. 핸드폰으로 찍어서 잘 보이지.. 2009. 6. 19.
발표, 기어드는 목소리 □ 현상 가끔 수업을 관찰할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실의 특징을 말하라면 이런 것 아닐까요? 교사가 일방적으로 부과한 과제에 대한 교사의 일방적인 독촉 “빨리빨리!” 그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교사와 학생간의 1:1 단답형 질문과 대답, “크게 대답해라!” 아이들은, 두어 명을 빼고는 쉬는 시간의 그 엄청난 소란에 비해 거의 시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게다가 질문은 교사의 권한이고, 그건 수업을 진행하는 절차상의 불문율이며, 학생은 대답하는 쪽이어야 정상이므로 간혹 어느 학생이 질문을 했다면(거의 그럴 리가 없지만), 그건 자칫하면 수업의 진행을 방해하는 일이 되기가 쉽고……. 아이들은 왜 질문을 하지 않을까요? 왜 아이들의 질문은 수업안 작성의 고려사항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무슨 권한으로 모.. 2009. 6. 17.
교과서제도 이대로 좋은가 지난겨울(2008.12) 어느 날, 한국교육신문사 신연숙 편집부장으로부터 『한국교육연감』 특집 원고를 써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특집기사는 교과서 제도와 대입제도 단 두 가지로 제게 위탁된 원고는 「교과서 제도 이대로 좋은가」였습니다. 그 원고가 『2009 한국교육연감』 42~62쪽에 실렸습니다. 편집자 주로 다음과 같은 글이 붙어 있었습니다.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될 교육의 핵심은 학교교육에 있으며 미래를 주도할 학생들에게 교육을 통해 핵심역량을 키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이에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기준을 강화하고 있으며 교과서에 대해서도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 검정하는 과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법령에 근거하여 교과서 제도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 2009. 6. 15.
윤재철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술값은 쟤들이 낼 거야 옆 자리 앉은 친구가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그때 나는 무슨 계시처럼 죽음을 떠올리고 빙긋이 웃는다 그래 죽을 때도 그러자 화장실 가는 것처럼 슬그머니 화장실 가서 안 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빗돌을 세우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왁자지껄한 잡담 속을 치기배처럼 한 건 하고 흔적 없이 사라지면 돼 아무렴 외로워지는 거야 외로워지는 연습 술집을 빠져나와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걸으며 마음이 비로소 환해진다 정말이지 “화장실 가는 것처럼 슬그머니” 오고 갈 수는 없을까. 그렇게 가서는 “화장실 가서는 안 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잊혀지는 것. “죽음을 알리지 말라”느니, “빗돌을 세우지 말라”.. 2009. 6. 14.
궁리(窮理) 일방적으로 전해지고 획일적으로 쏟아져나오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그리하여 질문을 할 필요도 없고, 궁금하다 해도 그냥 받아들이며 차라리 혼자 가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믿음직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진다. "우리 학교의 교육활동이 무수하다 해도 혼자서 만들어낸 100점짜리 계획보다는 여럿이 만든 70점짜리 계획을 선택하겠다." "혼자서 만든 문서의 결재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의논한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결재자가 되고 싶다." 그렇게 호소해온 ‘외로움’이 이젠 스러져 간다. 무용(無用)한 것이 되었다. 그 이유를 저들이 보여준다. 의논과 토론의 가치는커녕 끝내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의 다수결도 할 줄 모르는, 걸핏하면 ‘성.. 2009. 6. 11.
강우식 「종이학」 종이학 강우식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 사이 전나무들은 부처님의 허리처럼 곧추 서 있고 월정사 석탑과 상원사 동종 사이 하늘을 찌르다 비스듬히 휘어진 탑 끝과 천 년 묵은 놋쇠자궁의 동종 사이 방한암 선사의 결과부좌 비슷한 한길과 경 읽다 다 닳은 팔꿈치의 굽이 길 사이 한순간 개명(開明)하듯 눈 내려 환하다. 사이사이 산들은 모조지로 접은 종이학이다. 그대가 곁에 있어 옛날에는 마음을 모아 밤새도록 정갈히 접고 만들었던 종이학. 지금은 종이학 접어 빌어줄 그리운 사람도, 사람도 아주, 아주 소식줄 끊겨 만드는 법도 까마득히 잊은 무명(無明)같이 칠흑의 흰 바탕뿐인 마음눈이 내린다.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 사이 유리병 안에 천마리 학이 갇혔구나. 그저 하얗게 저무는 경전의 말씀. 하실 말씀 더 없으신 .. 2009. 6. 10.
교장․장학관, 누가 더 높은가 ............................................................................................................................................................. 이 글은 교장과 장학관은 어느 쪽이 더 높은가에 중점을 둔 것은 아닙니다.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능력에 한계를 느낍니다. 글을 쓴 목적은 글의 첫머리에 밝혀 놓았습니다. ................................................................................................................................................. 2009. 6. 9.
‘오리아빠’와 풍물패 ‘노름마치’ 오리아빠는 오남 친구입니다. 생각납니까? 학교신문『양지소식』39호(2008년 가을) 표지사진. 운동회 날 2학년 남자애들이 점심시간을 알리는 바구니를 터뜨리고 한 꼴 넣은 우리 축구선수들처럼 두 팔을 높이 쳐들고 함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모습. 그게 오리아빠 작품입니다. 오리 유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멀쩡한 아들을 두고 ‘오리아빠’란 닉네임을 쓰고 있고 -하기야 그 오리장사가 ‘아들농사’에 직결되니까 그게 그거일 것 같기는 합니다. 그 아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 그의 블로그 이름도 ‘오리아빠의 사진이야기’입니다. 사진 수준은 전문성 문제니까 알 바 아니지만, 그 블로그를 들여다보면 철철 열정이 넘칩니다. 그러다보니 허구한 날 오리 팔 생각을 접고 카메라를 들고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외국에까지 나가 돌아.. 2009. 6. 7.
E. 데 아미치스 『사랑의 학교』 E. 데 아미치스 지음 《사랑의 학교》 이현경 옮김/김환영 그림, 창비아동문고 1998. 평생 마음속에 간직해둔 책을 소개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문화일보』 기자가 전화를 해서 「Readers are Leaders」라는 특별기획 코너에 교육자 한 명을 소개하기로 했고, 그 첫 번째 인터뷰가 하필이면 블로그 『파란편지』 주인에게 돌아가게 되었다고 하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그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에 기자가 오면 인터뷰를 어디서 어떻게 하고, 그 기자와 식사를 할 식당 같은 건 전혀 생각해두지 않았습니다. 평생에 책을 그렇게 많이 읽은 사람도 아니고, 앞으로도 '이제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고 걸신들린 듯 읽어댈 자신도 없지만, 그동안 읽.. 2009. 6. 4.
처서處暑 처서處暑 정 양 냇물이 한결 차갑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들이 뒤돌아보는 일 없이 어제도 이렇게 흘러갔었다 흘러가서 아주아주 소식 없는 것들아 흘러가는 게 영영 사라지는 몸부림인 걸 흘러오는 냇물은 미처 모르나 보다 ..................................................................... 정 양 1942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1968년『대한일보』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까마귀떼』『수수깡을 씹으며』『빈집의 꿈』『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눈 내리는 마을』『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나그네는 지금도』등이 있으며, 을 수상한 바 있다. 『현대문학』2008년 11월호 죽어서 무덤을 남기는 경우 말고는 다 되풀이되는 것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2009. 6. 2.
사교육대책이 조롱받는 이유 (2009년 6월 2일) 사교육대책이 조롱받는 이유 교육과 학습이 이루어지는 시간, 장소, 비용 같은 조건들은 규제되는 것이 마땅한가? 또 규제될 수 있는 일인가? 사교육대책이 논의될 때마다 갖게 되는 의문이다. 그런 의문은 달리 표현될 수도 있다. 가령 학교교육이 허다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국가․사회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단순히 사교육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만으로 누구에게나 그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는가?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강화하자면, 교육목적에 비추어 학교교육이 그만큼 차별화되는 가치를 지닌 것이어야 당연하지 않을까? 사교육대책이 나올 때마다 국민들의 반응은 늘 시원치 않고 심지어 조롱을 받는 모습을 보면, 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 과정이 반복돼야 하는지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기획위원.. 2009. 6. 2.
마이클 티어노 『스토리텔링의 비밀』(발췌) 마이클 티어노* 지음|김윤철 옮김 『스토리텔링의 비밀;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아우라, 2008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을 때, 그분에 관한 여러 가지 일화들이 '한꺼번에'라고 할 만큼 많이 소개되었다. "민가에서 피어오르는 저녁연기를 보며 눈물지은 적이 있다." 그 말씀이 참으로 인상 깊었고, '훌륭한 분이구나' 싶었다. 그때까지는 송구스럽긴 하지만 '사회적 직위가 높은 분'에 지나지 않았다(이 블로그의「기억하고 싶은 기사」2009.2.20. 참조). 주제넘은 얘기 말고도 많다. 무슨 글자가 찍힌 티셔츠, 결코 실용적이지는 않은 고운 양초들, 요즘은 쓰는 이도 없는 열쇠고리들, 포스트잇이 얼마든지 편리한데도 선물 받을 때의 기쁨이 생각나는 책갈피……. 스토리를 지니고 있어서 의미롭고, 세월이 가도 버려지.. 2009.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