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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영화 "콰이강의 다리"

by 답설재 2022. 12. 19.

출처 : DAUM 영화

 

 

영화 "콰이강의 다리 The Bridge on the River Kwai"는 1957년에 나왔다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국사와 세계사를 가르치신 황영목 선생님 덕분에 학년 단체로 보았다. 

 

선생님께서 "야, 이놈들아! 내 덕분에 좋은 영화를 보게 된 줄 알아라" 하신 건 아니었고, 절대로 그러실 분도 아니어서 그런 중요한 정보를 즉시 알아내는 아이들에게서 듣고 알게 된 것이었다.

선생님은 키가 크고, 고급스러운 옷을 입지 않아도 멋있고 늘 편안한 표정의 미남이셨다. 미술이나 음악을 가르치시는 여 선생님들이 사각턱에 구레나룻이 인상적이고 전체적으로는 미국 사람 닮은 영어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면서 멋진 황 선생님과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볼 수 없었던 건, 황 선생님 자신이 누구하고든 미소를 띠고 정답게 대화를 나누지만 아이들에게 여 선생님과의 친교 모습을 보일 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 영화의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포로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고 일본군 장교와 연합군 장교 간의 의지의 대결을 중심으로 전쟁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배우들의 표정이 생각나긴 하지만 구체적인 스토리는 생각나지 않고(일본군은 일본 배우들, 연합군은 미국·영국 등의 배우들이 맡아 연출하면 상황 파악에 좀 더 유리하지 싶기도 했다), 이제 라디오에서 그 영화 주제곡이 들릴 때마다 다 떨어져 발가락이 나오는 군화를 신고도 휘파람에 맞추어 행진하던 모습만 선명하게 떠오르게 되었다. 아, 포로들이 그 행진곡에 맞춰 걸어가면 흙먼지가 하늘로 피어오르는 장면도 있었지 싶다...

 

 

 

'콰이강의 다리' OST 중 "보기 대령 행진곡(Colonel Bogey March)"

 https://youtube.com/watch?v=tudWvDt9YNc&si=EnSIkaIECMiOmarE

 

 

그나저나 황 선생님은 돌아가셨을까? 살아 계신다면 멋있는 노령이시겠지? 영화가 허구라는 걸 아시면서도 단체관람을 추진하신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그리운 선생님...

나도 공부 좀 할걸... 꽤나 대견해하셨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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