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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박물관을 찾는 이유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에서 본 이야기

by 답설재 2022. 11. 10.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을 읽다가 꼭 기억해두고 싶은 부분을 보았습니다.

 

 

그림도 내 마음에 드는 것, 왠지는 모르지만 자꾸만 마음이 끌리는 작품, 그렇게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작품 몇 점을 골라서 잘 보고 찬찬히 나만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정말 훌륭한 관람객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약 이십 년 전 호암미술관에서 조선백자전朝鮮白磁展을 했을 때인데요. '임금희씨 병甁'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정말 아름다운 백자 병을 따로 단독장單獨欌 안에 전시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중년 여성이 그만 이 병에 홀딱 반해 가지고는 거의 30분이 되도록 장을 빙빙 돌면서 영 떠나질 못하는 거예요.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이분이 일단 전시장 문을 떠났다가, 아무래도 아쉬워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듯, 다시 한번 되돌아와 작품을 다시 살펴보는 모습이었습니다.(22)

 

 

백자병 15세기, 높이 36.2, 입지름 7.4, 밑지름 13.5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보물 1054호(이 책 23쪽 사진)

 

 

제가 아는 분 가운데 일본인 교수로 중국 그림을 전공하는 분이 있는데, 이분이 참 그림을 꼼꼼히 봅니다. 안견(1400년경~2479년경?)의 <몽유도원도>라는 그림 아시죠? ...(중략)... 그 몽유도원도가 우리나라에 어렵게 전시되었을 때 바로 그 교수가 구경 왔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느냐 하면, 똑바로 서서 말입니다. (강사 : 두 팔을 벌려 보이며) 요만한 그림인데요. '헤' 하고 넋 놓고 좋아라 보기도 하고, 문득 고민이 생긴 듯 심각한 표정도 짓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그렇게 꼬박 다섯 시간을 제자리에 서서 보는 것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합니다.(31~32)

 

 

- 나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쳤는가?

- 나는 어떤 방향의 교과서를 만들었는가?

- 나는 교장이었을 때 교사들이나 아이들에게 어떤 지침을 주었을까?

- 우리나라 교육은 지금 '대강' 혹은 '폭넓게' '많이' '얼른' 보게 하는 교육일까, '적게' '깊게' '자세히' 보게 하는 교육일까? 

 

좋은 책입니다.

절판된 책이어서 중고서점에 알아봐야 합니다.

2010년에 초판 35쇄본을 구입했고 그러니까 잘 팔리는 책이었는데 왜 절판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컬러 사진(그림)이 여러 장 들어 있어서 책 찍어봐야 남는 것도 없기 때문일까, 별 생각을 다 하다가 '내 책도 안 팔리는데 남 걱정하는구나' 싶어서 그만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