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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이야기

《숲의 가족》

by 답설재 2021. 4. 4.

아모스 오즈 《숲의 가족》

SUDDENLY IN THE DEPTH OF THE FOREST

박미영 옮김, 창비 2012

 

 

 

 

 

 

 

그 일이 일어난 것은 마을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이었다. 마을 아이들의 부모들이 아직 어렸을 때, 어느 춥고 축축한 겨울밤, 하마, 닭, 물고기, 파충류 같은 마을에 있던 모든 동물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다음날 아침, 마을에는 어른들과 아이들만 남게 되었다. 임마누엘라는 그때 열살 소녀였는데 그 일이 있고 나서 점박이 암고양이 타마를 그리워하며 몇주 동안 울었다. 그 고양이는 새끼를 세 마리 낳았는데 두 마리는 점박이였고 한 마리는 노란 털의 장난꾸러기였다. 그녀석은 수건 속에 숨거나 양말을 찾아내 굴리는 걸 좋아했다. 그 끔찍한 밤, 암고양이와 새끼들도 사라졌다. 고양이들이 사라진 다음날, 임마누엘라는 옷장 아래쪽에서 고양이들이 가지고 놀던 작은 털실 뭉치와 두 가닥의 뻣뻣한 고양이 수염, 고양이들이 핥아마시다 남은 우유를 발견했다. 새끼고양이들의 냄새도 느껴졌다.

나이가 많은 마을 어른들은 그날 밤 창문 밖 벌어진 셔터 틈으로 귀신 네히의 그림자가 동네를 지나가고 어둠 속에서 긴 행렬이 그의 뒤를 따르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들은 그것이 사실이라며 맹세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마당에 있던 동물들이 모두 나와서 그 행렬에 합류했다. 닭장, 양의 우리, 마구간, 개집, 비둘기장, 외양간에서 나온 동물들의 그림자에는 거대한 그림자와 작은 그림자들이 섞여 있었다. 숲은 이들을 모두 삼켜버렸고 다음날 아침 마을은 텅 비었다. 마을에는 사람만 남게 되었다.(6장에서)

 

마을의 동물들이 모두 네히를 따라 산으로 간 건 사실이고 네히가 귀신이라는 건 거짓이다. 숲이 그 동물들을 삼켜버렸다는 것도 거짓이다.

어른들은 거짓말을 한다. 남을 경멸하고 조롱하고 놀리는 병에 걸렸다. 아이들은 남을 화나게 하고 약을 올리면서 즐거워한다.

육식동물들은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는다.

평화롭게 지내지 않는다.

마을의 동물들은 그들을 사랑해주는 네히와 함께 숲 속으로 들어갔다.

어른들은 그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소녀 마야가 소년 마티와 함께 숲으로 들어가 네히를 만나면서 진실과 용기, 사랑, 관용의 마음들이 거짓과 두려움, 미움, 편견에 가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이 소설은 마을 사람들이 일하고 사랑하고 여행하고 노래하고 놀고 이야기하고, 잡아먹거나 잡아먹히지 않고, 서로를 놀리지 않는 세상을 이야기한 우화다.

2021년 3월, 우리 동네에는 코로나 19가 지난해와 다름없이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사람들은 우울하고, 2019년처럼 살고 싶어 하지만 이젠 그런 옛날로는 돌아갈 수는 없고 '새로운 옛날'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미 3월 하순에 우리 동네에도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복사꽃... 온갖 꽃들이 활짝 피었고 숲 속, 그 숲에서 흘러내려오는 냇물에는 온갖 벌레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다.

'왜 이러지? 꽃은 왜 이렇게 서둘러 만발하고 온갖 벌레들이 여름날처럼 부산을 떨지?'

나는 우울하고 그들은 뭔가 서두르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얼른 그들에게 뭔가 알려주고 약속하고 보여주어야 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고집을 꺾지 않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길지도 않은 우화인데도 살짝 답답하고 쬐끔 지루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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