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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박두순 「새우 눈」

by 답설재 2012. 9. 13.

 

출처 : '다희-풀잎'의 블로그 『마음이 쉬는 의자』 http://blog.daum.net/poolip-c/1262

 

 

 

새우 눈

 

 

                             박두순

 

 

새우를 그렸다

눈은 까만 점만 하나 톡 찍으면 되니

아주 그리기 쉬웠다

 

문득 궁금해졌다

고 작은 눈으로 어떻게 앞을 보나?

고 작은 눈으로 어떻게 바다를 다니나?

고 작은 눈으로 어떻게 먹이를 찾아내나?

 

아니다

새우 눈은 크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넓은 바다를 보나

그 넓은 바닷길을 다니나

그 커다란 잠수함을 피하나

 

망원경 마음눈 가진 모양이지?

 

 

 

━━━━━━━━━━━━━━━━

박두순 1950 경북 봉화 출생. 1977년 <아동문학평론>, <아동문예> 동시 추천. 동시집 <나도 별이다> <들꽃> 등 10권과 시집 <행복 강의> 등 2권. 「대한민국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 수상.

 

 

               『오늘의 동시문학』 2012년 가을호, 45쪽.

 

 

 

나이가 육십이 넘어도 아이들 같은 마음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두순 시인은 상주에서 교사로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그의 詩가 실린 것을 본 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수입이 특별하게 좋아질 리는 없고, 詩만 써서 어떻게 살아가나 싶었는데, 지금까지 꿋꿋하게 살고 있고, 뭘 어떻게 하는지 『오늘의 동시문학』이라는 계간지를 창간해서 어언 39호까지 냈습니다.

 

요전에 그를 만났을 때, 동시를 쓰는 시인은, 시인으로서의 바탕 위에 아이들을 볼 줄 아는 눈까지 갖추어야 아이들이 읽을 시를 쓸 수 있을 것이 확실하다고 했더니 매우 좋아했습니다.

 

사실은 그렇습니다. 위의 동시 「새우 눈」에서도 저 같으면 "그 커다란 잠수함을 피하나"에서 끝내면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 그는 "망원경 마음눈 가진 모양이지?"를 덧붙였습니다.

시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도 아닌 저로서는 그런 마음을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박두순 시인이나 내 제자 다희-풀잎은, "어떻게 저 사람 작품과 내 작품을 엮었나?"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링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입니다. 이 세상 누구나 대여섯 다리를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박 시인과 내 제자 다희는, 딱 한 사람, 그러니까 저를 거치면 아는 사이가 되는 것입니다.

"옛 담임이에요."(다희)

"아, ○ 선생님! 예전에 상주에서 만나 자주 술도 마시고 그러면서 가까이 지낸 이후 수십 년 연락하며 지내는 사이죠."(박 시인)

 

A.L.바라바시라는 과학자가 쓴 『링크』(동아시아, 2002)라는 책을 읽은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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